내용요약 지자체, 경기장 조성 팔걷어 ...확고한 e스포츠 강국 모습 갖출 듯
대규모 e스포츠 대회 지역 개최여부는 미지수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OO시 OOPC방 OO게임 대회" 어렸을 적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가까운 PC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문구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전국적으로 일어나자 전국적으로 PC방이 들어서며 각종 게임 대회들이 속속 생겨나며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특히 2010년 이후부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피파온라인' 등 여러 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대회를 재패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자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는 팬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규모의 e스포츠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어 팬들의 아쉬움이 커지는 모양새다. 경기장이 있어도 거리가 멀거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e스포츠 경기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큰 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게임 팬들과 유저들을 넘어 정부와 지차체, 게임사들까지 확산돼 경기장 신규 설립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 OGN e스타티움' 15층 기가아레나. / 사진=OGN 제공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민간(게임사 등) 투자로 건립돼 한정적으로 운영되던 e스포츠 경기장이 여러 지자체들의 과감한 투자에 따라 전국 각지로 e스포츠 경기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 지원사업 선정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 대전, 광주 등 3개의 광역시가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2019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 지원사업 선정평가'에서 접수된 총 5개의 과제를 평가한 결과다.

이에 따라 3개 광역시는 각 지자체별 e스포츠 경기장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부산광역시는 부산진구 서면에 위치한 피에스타 건물 15~16층에 주경기장 328석, 보조경기장 162석 규모의 경기장을 조성한다. 특히 국제 e스포츠 R&D 센터와 1인 미디어 시설 등 특화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대전광역시는 유성구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위치한 첨단과학관을 리모델링해 500석 규모의 주경기장, 보조경기장은 50석 규모로 조성한다. 또 1인 미디어실, 선수대기실과 심판실, 기자실 등 부대시설도 함께 조성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는 동구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 주경기장은 1005석 규모로 보조경기장은 160석 규모로 조성한다. 또 영상 조정실, 기자실, PC존(훈련장)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 22일에는 경기도 또한 e스포츠 경기장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선정된 곳은 성남시로 분당 판교 테크노밸리에 설립된다. 특히 이곳은 서울 근교와 가까울뿐더러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이 밀집된 곳으로 경기장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성남시는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296억 원을 들여 400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50석 규모의 보조경기장을 조성한다. 또 선수 전용 공간과 PC방, 스튜디오, 다목적 공간, 기념품 숍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e스포츠 경기장 조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게임업계 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공간을 마련해 운영되던 대회들이 이제는 전국을 돌면서 지역 예선 등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며 "그동안 지방 팬들은 교통, 시간 등 여건이 열악해 수도권 등에서만 대회가 진행됐었는데, 이제는 보다 많은 게임 팬들과의 스킨십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롤 파크' / 사진=연합뉴스

반면 일각에서는 e스포츠 경기장 조성이 확산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 속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스포츠 경기장이 늘어나도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 수도권에서만 여전히 큰 규모의 대회들은 치러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국내 굴지의 e스포츠 대회들은 서울, 수도권 위주였다. 특히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1050석 규모의 '서울 OGN e스타디움'과 넥슨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436석 규모의 '넥슨 아레나', 라이엇게임즈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450석 규모의 '롤 파크' 등에서만 주요 대회가 열려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LCK', 'ASL' 등 많은 게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는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 지역 분산 개최 등을 섣불리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며 "게임 산업, 특히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 e스포츠가 조금 더 확실한 대중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우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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