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MBC 음악 예능 ‘복면가왕’에서 장기집권 신기록을 세운 ‘음악대장’. 비록 10연승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가면을 벗는 그의 모습에서는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하면된다 백수탈출’에게 가왕 자리를 물려준 그는 아름답게 떠나갔다. 새로운 가왕의 시대가 열린 순간이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도 지난 17일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LoL)’가 203주 만에 PC방 점유율 순위 1위 자리를 ‘오버워치(Overwatch)’와 맞바꿨다. 약 4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PC방 모니터 화면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LoL은 그렇게 1인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복면가왕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교체’가 아닌 ‘경쟁’이라는 점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팀 기반 슈팅게임 오버워치는 지난달 24일 출시 후 시종일관 1위 게임 LoL을 위협해 왔다. 게임업계에서는 조만간 순위 변동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돌 정도였다.

결국 순위 교체는 이뤄졌다. 게임트릭스의 일별 게임 순위에 의하면 17일 기준 오버워치가 29.36%로 전일 대비 1.84% 점유율 상승을 보이며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LoL은 16일보다 0.38% 하락한 29.17%의 점유율로 2위로 내려 앉았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도 장기 집권체제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출시 5년 이상의 타이틀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던 온라인 게임 시장의 허들도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출시한지 한 달도 되지 않는 오버워치가 무서운 상승세로 정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섣부른 속단이 될 수 있지만 오버워치가 공식적인 e스포츠 행사를 열게 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블리자드 코리아는 최근 오버워치 관련 e스포츠 매니저 채용 공고를 알려 향후 있을 대회를 짐작케 했다. 빠르게 팬덤층을 형성하고 있는 오버워치 마니아들의 관심도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외국계 게임들이 장기 집권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미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다수의 유저가 이용하는 게임들로 국내 게임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LoL로 국내 게임 시장에서 1위 타이틀을 수 년째 이어온 라이엇 게임즈는 중국 텐센트에 인수된 후 마케팅과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콘텐츠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 라이엇 게임즈 제공

결국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더라도 킬러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규모의 외국계 게임사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오버워치가 1위에 오른 것을 보면서 신규 타이틀의 성공 가능성을 느꼈다”면서도 “게임의 완성도, 마케팅, 인프라 등 국내 게임사들이 외국계 거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