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사자’(7월 31일 개봉)는 박서준의 모든 매력이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극 중 악(惡)을 처단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격투기 선수 용후 역을 맡아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전작 ‘김비서가 왜 그럴까’ ‘쌈, 마이웨이’ 등 주연을 맡은 작품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다운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박서준은 “그 동안 유쾌하고 청춘 같은 이미지가 많이 부각됐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만족해했다.

- ‘사자’는 오컬트 장르에 히어로물을 결합한 영화다. 처음 도전한 장르인데.

“많이 어려웠다. 하지만 굉장히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품을 구현해준 감독님에게 감사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20대 때처럼 피가 끓지도 않고 어느 정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나이 대에 이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이 있었는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타이밍에 ‘사자’를 만났다.”

-컴퓨터 그래픽(CG)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은데 용후표 ‘불주먹’ 신도 인상적이다.

“CG는 우리가 여러 모로 체크하며 프리뷰를 정말 많이 했다. 웬만하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낄 때 CG를 입혔다. 용후가 악몽을 꿀 때 그림자가 몸을 찌르는 장면 역시 스턴트 배우가 타이즈를 입고 직접 했다. 그 후에 CG를 입혀 그림자를 더 기괴하게 만들었다. 불 장면 역시 다양한 각도로 촬영했다.”

-‘청년경찰’로 호흡한 김주환 감독과 재회한 이유가 있다면.

“감독님을 굉장히 신뢰했다. ‘청년경찰’을 촬영할 때 호흡이 참 좋았다. 촬영이 마무리 될 쯤에 어떤 작품이 하고 싶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쾌한 청춘보다 더 강인하고 거친, 남자의 향기가 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후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있는데 한 번 봐달라고 해서 보게 됐다. 그게 ‘사자’였다.”

-극 중 연기한 용후는 잘 나가는 격투기 선수다.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안신부(안성기)와 함께 악에 맞서는데 행동의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았나.

“나한테도 그 감정선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 신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을 품은 용후의 전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안신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어느 지점에서 시작됐을지, 표현은 어떻게 할 지 고민했다. 아무리 내가 상처를 많이 받은 사라이라고 해도 편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표현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안신부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다.”

-평소 용후처럼 불의를 못 참는 편인가.

“내가 홍길동도 아니고 그 정도로 의롭지는 않다. 그렇지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내 활동에 영향을 받으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 어떤 여성분이 산후우울증이 굉장히 심했는데 내 작품을 보면서 이겨냈다고 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최대한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안 신부 역을 맡은 안성기와 첫 호흡을 맞췄는데.

“선배님께서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출연 전에 젊은 시절 영화 스틸컷을 보여주셨는데 정말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오셨다는 게 느껴졌다. 여전히 국민들이 많이 사랑하지 않나. 선배님을 보며 느낄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았다. 내가 먼저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현재 내 위치에서 선배님은 너무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호칭도 ‘선생님’으로 하려고 했는데 먼저 ‘선배님’으로 부르라고 하셨다. 마음을 많이 열어주셨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들을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영화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호흡 역시 선배님께서 풀어주신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감정에 충실하되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중에게는 ‘로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모습과 괴리를 느끼나.

“실제 성격과 많이 다르긴 하다. 되려 말수가 적은 편이다. 말보다 생각을 많이 한다. 항상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다 보니 행동에 제한을 둔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과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다른 것 같은데.

“그렇지만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다 달랐다고 생각한다. 다른 표현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장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많다 보니 그런 이미지에 특화돼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또 로맨틱 코미디 속 캐릭터의 모습을 내 모습으로 여기는 분들도 있다. 그게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런 이미지로 계속 나오고 싶지는 않았다. 연기적인 재미를 느끼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서 좀 더 나 자신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콘스탄틴’ 을 연출한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사자’를 호평했다.

“굉장히 놀라웠다. 김주환 감독님이 로렌스 감독님을 만나러 갈 때 걱정을 많이 하셨다. 영화를 보다가 재미없으면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 (웃음) 근데 다행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셨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냐고 호평했다. 충분히 외국 관객들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주로 주인공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작품에 출연했는데.

“내가 그런 작품에 매력을 느끼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사자’는 그게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용후의 감정 변화에 대해 내가 표현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이 또한 성장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동안 출연작들은 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인기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특별히 계산을 한 적은 없다.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를 먼저 보는 편이다. 과연 내가 재미있게 이 역할을 연기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다.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을 선택한다.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를 하지 않는다.”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까지 모든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윤식당’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내가 살면서 타지에서 그런 경험을 할 기회가 올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느낌도 있고. 충분히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흥미롭다. 동시에 순발력이 생기기도 한다. 영화는 개봉 전까지 흥행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지만 무대인사를 하며 관객들과 만날 때 느낌이 너무 새롭다.”

-특별출연한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는데.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할리우드 자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문화를 접하기 훨씬 쉬워졌다. 많은 선배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하기도 하고. 나는 항상 내가 깨어있는 사람이면 한다. 기회가 생기면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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