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CC-일본, 대형사-중동... 양쪽 하늘길 '안갯속'
사진=제주항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항공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지만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일본여행 보이콧’이 거세지고 있고 각종 변수가 맞물리며 먹구름이 잔뜩 낀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하반기도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74억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2014년 이후 20분기만에 영업손실을 본 셈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매출액 7058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이 19.3% 늘어났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이 휘청거리자 다른 LCC항공사들의 운명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번 2분기 실적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공급증가로 인한 경쟁심화를 꼽았기 때문에 여타 줄줄이 적자가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반기 LCC 6개사 공급석은 지난해와 비교해 19.6% 늘어났지만, 탑승률은 83.6%를 기록하며 3.1%포인트 줄었다.

예고된 난기류에 3분기도 난항이 예상된다. LCC항공사의 경우 일본노선이 전체 노선 중 최소 30%, 많게는 60%를 차지하는 알짜 수입원이었는데 ‘일본 여행 반대 운동’이 가속화되며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중 최대 성수기이나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주력 노선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라며 “이미 둔화하고 있던 단거리 여객 수요에 일본 여행 불매 운동 타격이 더 해지고 있어 하반기 저비용항공사들의 이익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LCC항공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본 노선 조정에 나서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무안-오이타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9월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등 정기편 운항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도 9월부터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또 중국 노선 신규 취항, 동남아 등 대체 여행지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불확실성이 커 마냥 기대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대형항공사(FSC)도 비슷한 실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3일부터 부산-오키나와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앞서 아시아나는 9월 중순부터 서울발 후쿠오카, 오사카, 오키나와 노선 투입 항공기 기종을 소형기로 변경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9월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다른 일본 노선에도 투입 항공기를 소형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형항공사는 7일과 8일 양일간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국-아랍에미리트(UAE) 항공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과 UAE 간 노선 증편이 이뤄질 경우 한국의 유럽행 여객 수요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UAE는 인천-UAE(두바이·아부다비) 노선 증편을 최소 2배 이상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에 주 7회, 에티하드항공은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주 7회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에미레이트항공 이용객 가운데 72%, 에티하드항공 이용객의 63%가 UAE를 거쳐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환승했다. 이미 UAE 항공사들은 환승객 수요로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이들 운임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노선과 비교해 20~30% 저렴해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증편이 확정되면 유럽으로 가는 한국 여행객들이 UAE 항공사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업계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다만, 항공 회담은 양국이 균형된 이익을 취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고 상호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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