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재.부품 탈(脫)일본 본격 선언... TF구성해 국산화.제3국 도입검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생산공정에 소요되는 소재와 부품에 대한 탈(脫)일본을 선언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차제에 삼성이 반도체 소재와 부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혹은 해당 과정을 직할 통제할수 있는 수준의 일관생산체제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내에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동안 일본에서 수입해 왔던 220여 가지 소재와 화학약품 등의 국산화 및 제3국 도입을 지시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및 해외기업과 접촉해 ‘공정에 바로 투입이 가능한 품질을 갖췄는지, 공급가능한 생산물량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고하도록 했다.

이 부회장의 이런 판단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사업을 리딩해 온 삼성전자의 입지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특히 '제3국을 우회한 일본제품도 일체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럽과 미국 소재 업체가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한 뒤 한국에서 가공해 삼성에 납품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삼성은 거부의사를 전달했다. 삼성은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기업에서 소재나 부품을 공급하더라도 공급처가 ‘메이드인 재팬(Made in Japan)’인 제품에 대해서도 일체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독한' 판단아래 반도체 소재와 부품의 일제 패싱이 구체화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이참에 반도체 생산공정을 일관생산체제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일관생산체제는 주로 철강업체가 이용하는 방식으로 원료에서부터 중간재, 완성품까지 모두를 기업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일관생산체제는 제조기술의 발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이점을 갖는 반면 대규모적인 자본을 필요로 한다. 일관생산체제를 한층 확대·발전시키면 원자재를 기업에서 직접 입수하거나(원자재 지배), 최종제품을 직접 판매하는(판매 지배) 등의 수직적 통합이 이뤄진다.

그러나 일관생산체제가 소재와 부품 품질이 일정수준으로 높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국내외 업체를 통한 아웃소싱 형태로 공급체계를 갖출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에서 수출규제된 반도체 관련 소재나 부품이 전체 생산공정에서는 1%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삼성에서 소재나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 보다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기술지원을 통한 품질력 향상쪽으로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같은 관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방일 활동을 통해 다각도로 소재와 부품 도입을 검토했지만 제3국을 통한 수출까지도 막겠다는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체감하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주위에서는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에 건너가 찾아온 해법은 결국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및 글로벌 대체화였다"며 " 그 연장선상에서 기술과 자본이 축적된 삼성이 직접 일관생산체제까지 구축할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 같다"고 짚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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