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매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한 배우 류준열이 이번에는 독립군으로 분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를 통해서다. 결연한 눈빛으로 총구를 겨누고, 일본군을 유인하며 산을 넘고 또 넘으며 마치 99년 전 대한독립군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온전히 대한독립군 1분대장 이장하로 분해 135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류준열은 “독립군 분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현재 이 나라에 살 수 있는 것”이라며 “기억하고 기록하는 영화를 함께 한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작품이다. 임하는 태도가 달랐을 텐데.

“이런 대본을 받을 수 있어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일제 강점기 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승리의 역사를 다루지 않나. 출연 제안을 받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라를 빼앗겼다’는 표현이 와 닿지는 않았다. 충분히 이 나라에서 잘 살고 있으니까.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채 100년도 안 된 일이다. 우리는 독립군들의 노력 덕분에 당연하다는 듯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거다. 그 분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영화를 함께 한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나.

“배우로서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어머니를 뺏긴다, 누이를 뺏긴다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가족인데 당연히 되찾아오고 싶을 테니까. 나라를 빼앗긴 것 역시 그런 마음이라고 감히 상상했다. 그렇게 이장하 캐릭터를 발전시켰다.”

-신체적인 장점이 잘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했다.

“팔 다리가 긴 편이라 총을 잡는 게 어색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국찢남’이라는 말을 들었다. 국사책을 찢고 나온 비주얼이라는 말이었다. 마치 실제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람처럼 생각해 주신 것 같아서 기뻤다. 그것만큼 더한 칭찬도 없다.”

-다른 일제 강점기 영화와 마찬가지로 희생에 대한 메시지 역시 담겨 있는데.

“장하가 다리를 부상 당하는 지점은 촬영 막바지에 이르러서였다. 전날까지도 이렇게 찍을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해야 하는데 죽음보다는 부상으로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희생을 강조하면서 그런 설정을 했던 것 같다.”

-교과서로만 봤던 역사를 간접체험하게 됐는데.

“사실 자료가 많지 않았다. 제작진이 준비한 자료도 양이 적어 속상했다. 그만큼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일제가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을 정도라는 거니까. 전투신보다도 동굴에서 먹고 자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이런 데서 생활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울컥했다.”

-유해진(황해철 역), 조우진(마병구 역)과 달리 대사가 많지 않았는데.

“왜 군인이나 무사 역할이 어렵다고 했는지 알게 됐다. 연기 노트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데 배우들에게는 ‘잘 서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서 있는 게 쉬운 것 같지만 올바르게 서 있는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 군인은 서 있는 자세만으로 표현이 많이 되지 않나. 이장하는 캐릭터 상 황해철, 마병구와 못 섞이고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다. 그게 속상하기도 했다. 감독님을 찾아가서 이장하를 부드럽게 표현하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오히려 설득 당했다. 이런 군인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택시운전사’(2017)에 이어 유해진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소감은.

“‘택시운전사’ 때는 아무래도 데뷔 초다 보니 선배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지금은 유해진 선배와 사는 이야기도 한다. 친하지 않으면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는 하기 어렵지 않나. 이 정도로 친분을 쌓으니 너무 좋았다. ‘돈’을 찍을 때 유지태 선배가 한 말이 동료배우들과 깊게 사귀어 놓으면 나중에 좋을 거라고 했다. 동네 친구들도 참 좋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도 있으니까. 유해진 선배랑은 외모도 닮았다. (웃음) 둘 다 운동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공통점이 많다.”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개봉을 하게 됐다. 현 시국의 분위기와 맞물리는 영화이기도 한데.

“영화라는 게 짧은 기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영화는 이름 모를 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우리 영화가 그 분들을 기억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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