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보레의 스파크(왼쪽)와 말리부는 크기가 다르지만 실속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GM 제공

#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이 모(30)씨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란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차를 첫 차로 구입할 예정이다. 주로 주말에만 사용하는 차량이 굳이 클 필요가 없어서다. 큰 차보다 운전하기 편하다는 점도 경차 구입을 결정하는 데 한 몫 했다. 차량 선택의 기준은 단 하나, 실속이었다.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자동차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중형차 인기도 많지만 경차 판매량도 늘었다. 인기가 높아지는 차량을 살펴보면 대부분 ‘실속’에 초점이 맞춰진 차량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 경차, 중형차 인기에 도전한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에서 스파크, 모닝, 레이 등 경차 3종의 판매량은 총 7만2,151대로 준중형차 판매량(6만9,978대)를 2,000여대나 앞질렀다. 5월만 보면 1만5,156대가 팔렸다.

작년 3월과 8월에도 경차가 잠시 동안 준중형보다 많이 팔렸지만 몇 달 이상 인기가 지속된 것은 28년만에 처음이다. 올해 들어서는 2월을 빼면 전부 경차 판매량이 준중형보다 높았다.

이 같은 경차의 인기는 최근 개별소비세(개소세) 할인에 저유가로 중형차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신기할 정도다. 경차는 개소세 혜택에서 제외됐었다.

스파크, 모닝, 레이 등 3개 모델이 아반떼, K3, SM3 등 6개나 되는 준중형 모델을 이겼다는 것도 대단한 성과다.

아직 중형차(5월 24만8,000대) 판매량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하반기 모닝의 신형 모델 출시도 남아있고 개소세 인하도 6월말로 끝나기에 업계에는 경차 시장이 더 확장될 것이라는 대한 기대가 높다.

 

◆ 크기 보다는 ‘실속’이 관건

일부 전문가들은 경차가 인기가 높아진 데에는 마케팅의 역할이 크다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스파크(한국GM)와 모닝(기아차)이 활발한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경차 시장 전체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종별 판매량 변화를 보면 차량의 인기에는 차종보다 실속 여부가 중요하다는 추정이 좀 더 타당해보인다.

지난 5월 국산차 판매량을 보면 전월대비 증가율이 높았던 차량으로는 말리부(237%)와 SM6(52.1%) 가 있다. 이들은 프리미엄 중형세단을 표방하면서도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한 트림을 내놓은, 실속 있는 차량으로 인기가 높다.

터보엔진은 배기량이 큰 엔진보다 오히려 출력과 연비에서 앞선다고 알려져 있다.

아반떼도 지난 4월 28일 터보엔진 트림인 ‘아반떼 스포츠’출시에 힘입어 전 달보다 10.6%나 판매량이 늘었다. 아반떼 스포츠는 출시한지 2달도 채 안된 현재 1,000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전체 아반떼 판매량의 6%를 차지하고 있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전했다.

그 밖에 대표적인 실속있는 차량인 소형 SUV 니로(9.7%), 스포티지(5.3%), 티볼리(2.1%) 등도 인기가 올랐다. 

 

◆ 실속 대명사였던 소형차의 부진, 미래에는?

반면 판매량이 감소하는 차종 중에는 소형차가 눈에 띄었다. 기아 쏘울(169대, -30.2%), 프라이드 (341대, -17%), GM대우의 트랙스(950대, -6.3%) 등 대부분의 소형차가 판매량이 줄었다. 그나마 친환경차인 아이오닉(765대, 1.3%) 정도만 판매량이 올랐다.

실속이 대세로 떠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한 때 실속의 대명사였던 소형차가 고전하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형차의 애매한 입지를 이유로 들었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준중형이나 경차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신형 모델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부진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소형차 중에서는 2011년 프라이드 이후 신형 모델 출시가 없었다.

때문에 인식을 바꿀만한 새로운 소형차 모델이 출시되면 비로소 소형차의 인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중이다.

내년 중에 출시 예정인 르노삼성의 소형차 ‘클리오’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치백 등 소형차의 특징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외국에서와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며 “새로운 소형차 모델이 새로 나오기 시작하면 소형차 시장도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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