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피해예상 기업 대상 대출 금리 우대와 상환 유예 실시
은행들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을 돕는 애국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사 CI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애국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부품·소재 기업 대상으로 대출 금리 우대 및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피해 기업들에게 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사진=우리은행

◆ 우리은행, 3조원 금융 지원으로 민족자본은행 정신 구현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피해 예상 기업에 3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표적인 수출규제 피해협력사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상생 대출을 지원하고, 2020년까지 1조5000억원의 규모의 여신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소재·부품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2%p의 여신금리 우대와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특화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우리 특판 정기예금’도 지난 8일 출시했다. 이 상품은 불입 기간 6개월에 만기 해지 시 연 0.8%p의 우대금리를 적용, 최고 연 1.7% 금리를 제공한다.

독립군의 전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 관람권 증정 이벤트는 오는 13일까지 진행한다.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나 마케팅 동의 신규 등록 고객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1899명에게 영화 관람권을 증정한다.

이 같은 애국 마케팅은 우리은행의 모태에서 비롯됐다. 우리은행은 1899년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천일은행은 일본 상인과 외국계 은행이 우리나라 경제를 장악하는 것에 대응해 만들어졌다.

우리은행은 금융지주 재출범 후 민족은행 정신을 더욱 부각하는 모습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업무용 차량 번호를 대한천일은행을 상징하는 ‘1001’로 바꾸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신지원과 업체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술우수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투자하는 방안과 피해기업에 대한 상담 창구 등을 운영하는 등 피해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대외경영여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 NH농협은행, 소재·부품 전문기업에 3조원 지원

NH농협은행은 9일 이대훈 농협은행장 주재로 ‘대외경영여건 점검회의’를 하고 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해 ▲수출규제 피해기업 금융지원 ▲환율 리스크 ▲고객 보호 등의 당면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을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농협은행은 피해가 예상되는 소재·부품 기업을 위해 ‘NH기업성공대출’을 오는 12일부터 공급한다.

총 한도 3조원으로 소재·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운전 및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거래실적에 따른 우대금리와는 별도로 최대 1.0%p 특별우대금리(거래실적 포함 최대 1.5%p)도 제공한다. 할부상환의 경우 만기일시 상환 비율을 최대 50%까지 확대해 대출 기간 중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5일부터 피해 예상기업 대상으로 만기 연장과 최대 12개월 할부상환금 유예, 0.3%p 특별 우대금리 등도 지원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우리나라 기업이 직면한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대출 상품을 마련됐다”며 “국내 유일의 100% 민족자본은행으로서 기업의 어려움을 함께하고 대한민국 기업들의 성공을 응원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소재·부품 기업을 지원하고 나섰다. /사진=각사

◆ 신한·국민·KEB하나은행, 대출 및 종합금융지원 나서

신한은행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라 피해를 입은 기업을 돕기 위해 ‘일본 수출 규제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지난 5일 설치하고 종합금융지원을 시행 중이다.

일본 수출 규제 금융애로 신고센터는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 정책 등 각종 정보 및 재무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재·부품기업 여신지원 전문 심사 팀도 신설 운영한다.

신한은행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당 10억원 이내 총 1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도 지원한다. 피해 기업의 대출금 분할상환 기일이 도래할 경우 분할상환도 유예할 예정이다. 신규 및 연기 여신에 대해선 최고 1.0%p 금리를 감면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5일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 피해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피해기업의 만기도래 여신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고 최대 2.0%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수출입 기업들에 대해서도 환율 우대와 외국환 수수료 감면·면제 혜택을 제공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

또 규제 영향이 높은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소재부품 기업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특별우대금리로 신규자금을 긴급 지원할 계획이다.

일시적 유동성 자금 부족 기업에 대해선 기업신용개선프로그램을 통한 회생 방안을 지원한다.

KEB하나은행은 반도체 제조업 등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키로 했다.

수출제한 품목 확대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금리도 감면한다. 일시 유동자금을 지원하고 일본산 부품 대체재 확보를 위한 시설자금 지원,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피해기업 임직원에 대해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최대 1.0%의 대출금리를 우대하고 수수료 감면과 대출을 연장한다. 피해기업 임직원 대상 신규 특화 대출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일본계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에서 개인대출 상환 압력이 발생할 경우 대환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기업영업그룹장을 대책반장으로 하는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금융지원 대책반’을 신설했다. 긴급 현장 점검과 피해기업 현황 파악을 실시하고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지만 온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