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 한편에 마련된 팬 플라자에서 먹고 마시며 축구를 즐기고 있는 팬들/사진=코파 아메리카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100주년을 기념해 1년 만에 돌아온 2016 남미축구선수권대회(2016 코파 아메리카)가 흥행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남미축구연맹 회장에 따르면 조별리그 24경기에서만 모두 99만291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4만1,262명이었고 최다관중 경기는 8만3,263명이 운집한 멕시코와 자메이카전이었다. 이번 대회 최저 관중이 페루-에콰도르전의 1만1,937명일 만큼 열기가 대단하다.

조별리그의 기세는 8강전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개최국 미국과 에콰도르의 첫 경기에서 4만7,322명이 들어찼고 승부차기 대접전이 벌어진 페루와 콜롬비아전은 무려 7만9,194명이 현장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2경기가 열린 지난 19일(한국시간) 경기에서는 12만9,730명이 축구장을 찾았다.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전에 5만9,183명, 칠레-콜롬비아전에는 7만547명이 입장했다.

8강 4경기로만 25만6,246명을 끌어들였고 평균 6만4,061명의 기록적인 수치를 낳았다. 8강까지 총 28경기를 치르는 동안 관중수는 자그마치 124만6,537명으로 경기당 평균 4만4,519명에 이른다. 지난 17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서울FC와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관중이 올 시즌 최다이자 역대 9위에 해당하는 4만7,899명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점에 비춰볼 때 어마어마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앞으로 정점을 찍을 미국과 아르헨티나전과 결승전 등이 남아있어 최종 관중수가 얼마나 치솟을지 흥밋거리다.

8강 평균 6만5,000명 및 총 125만명은 대회 장소가 미국인 점을 빼놓고 설명 못할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해 칠레에서 치러진 코파 아메리카의 총 관중수는 65만5,902명(경기당 2만5,227명)으로 이번 대회는 이미 그 두 배를 달성했다. 2011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대회 역시 88만2,621명(3만3,947명)에 그쳤다. 100만명을 넘겼던 가장 최근의 대회는 2007년 베네수엘라로 105만230명(경기당 4만393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 시절 미국프로축구를 직접 경험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대회 전 미국에서 개최되는 코파 아메리카가 흥행의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남미처럼 열광적이진 않아도 미국은 역사적으로 단일 축구대회의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나라”라고 상기시키며 “400만명이 1994년 미국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평균 6만9,000명으로 엄청난 기록이다. 미디어의 관심 또한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은 더 이상 축구의 변방이 아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4대 메이저 프로 스포츠(야구 미식축구 농구 아이스하키)의 해외 진출보다 축구의 미국 내 시장 잠식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는 축구 열기는 현장에서 고스란히 확인된다.

한 번도 축구장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한 적이 없었다는 13살 소년 브라울리오 오스타코는 지난 6일 멕시코와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애리조나주로 먼 원정을 떠났다. 피닉스 스타디움에서 태어나 처음 축구 경기를 본 그는 애리조나 빅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가족들 전부가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며 “아직은 잘 모르지만 현장 분위기에 피곤함도 잊고 굉장히 흥분되는 게 사실이다. 축구에 금방 매료됐다”고 즐거워했다.

결국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축구 사랑이 저변에 깔려있다. 미국 유소년 축구 클럽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12세부터 17세까지 참가자가 40년 전보다 무려 30배나 증가했다. 유명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 또한 같은 해 축구 유소년 참가 선수들이 미식축구의 두 배를 넘었고 야구에 비해서는 100만명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코파 아메리카의 열기는 미국인들의 축구 사랑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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