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그래도 아직은 '프로듀스'인가 보다. 최근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 시청자 투표 결과 조작 의혹으로 큰 논란을 빚은 가운데 여전히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스타들은 가요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프로듀스X101'에서 최종 투표 결과 톱 11위 안에 들며 데뷔를 확정지은 그룹 엑스원의 앨범 준비 역시 순조롭다. 지금의 '프로듀스'를 있게 한 시즌 1 출신 그룹 아이오아이는 대중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재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여름 가요계는 '프듀 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D픽'부터 '투표 조작 논란'까지… 그래도 무플보단 악플?

2016년 1월 시즌 1이 방영된 이후 올해 시즌 4에 이르기까지 '프로듀스' 시리즈의 역사는 '논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가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을 달고 직접 자신이 데뷔시키고 싶은 출연자에게 투표를 하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돼 실제 데뷔조가 결정된다는 시스템. 소위 말하는 '전문가'나 '심사위원'의 자리가 빠진 새로운 포맷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논란이 표절과 관련된 것이었다. '프로듀스 101'이 1년에 한 번씩 총선거로 메인 활동 멤버를 정하는 일본의 그룹 AKB48과 유사하다는 것. 여기에 분홍, 초록, 하늘, 노랑의 네 개로 팀을 나누는 것과 삼각형 모양의 멤버 배치 구도, 단체 독감 예방 접종 현장 공개 등이 유사하다고 지적됐고, AKB48은 국내에서 '우익 논란'이 여러 차례 인 그룹이기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당시 '프로듀스 101' 측은 "대규모 여성 출연자들이 출연해 이런 의견들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AKB48은 전원이 이미 데뷔한 아티스트들이고 탈락이 없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콘텐츠"라고 해명했다. 이후 시즌 3에 이르러 '프로듀스' 측은 AKB48을 비롯한 일본 현직 걸 그룹 멤버들을 투입, 한국의 연습생들과 경쟁하게 하는 '프로듀스 48'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서 뽑혀 데뷔한 그룹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이즈원이다.

'PD픽' 논란은 시즌 1 때부터 꾸준히 있었다. 한정된 방송 시간 안에 100명이 넘는 연습생들의 활약을 조명해야 하다 보니 방송 회차에 따라 유독 나오지 않은 멤버, 많이 나온 멤버들이 생겨나게 되고, 팬들 사이에서는 'PD가 특정 인물을 밀어주는 것 같다'는 의혹들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종영한 '프로듀스X101' 때는 편집 과정에서 일부 연습생들의 피부만 보정을 해주는 것 같다는 의혹도 있었다. 프로그램 제작 발표회에서 PD는 "방송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못 다루는 것"이라며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각종 논란에 대해 늘 당당한 태도로 일관했던 '프로듀스' 측이 딱 하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 한 게 있다. '프로듀스X101' 마지막 생방송 이후 불거진 '투표 조작 논란'이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최종 1위~20위를 차지한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 사이에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주장을 했는데, Mnet 측은 이에 대해 속시원히 해명하지 못 하고 "논란이 발생한 후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돼 공신력 있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투표의 원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 보관소를 압수수색, 조작 여부를 밝히기 위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 그래도 '화제성'은 인정

이런 과정에서도 상위 11위를 차지한 멤버들은 차질 없이 그룹 엑스원으로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7일 엑소, 방탄소년단 등 대형 그룹들만 설 수 있는 무대인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쇼콘을 연다. 쇼콘은 워너원 때 탄생된 신조어로 쇼케이스와 콘서트가 결합된 공연을 뜻한다. 방송 내내 화제성이 이전 시즌들만 못 하다며 'MC(이동욱)가 제일 주목 받는 프로그램'이라는 놀림을 받았지만, 엑스원은 보란듯이 데뷔 쇼콘의 티켓을 전석 매진시키며 '프로듀스'의 여전한 화제성을 입증했다.

논란 없는 시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꾸준히 대중의 입방아에 올라온 '프로듀스'가 그런 와중에도 시즌 4까지 방송을 이어온 건 이런 화제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면서 "이슈가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최종 데뷔조에까지 선발되진 못 한다 할지라도 향후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인지도를 크게 확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프로듀스'의 파워는 가요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워너원 해체 이후 솔로로 데뷔한 강다니엘은 전 소속사인 LM엔터테인먼트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거머쥐며 그 파워를 입증했다. 특히 이번 1위는 한 차례도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이뤄낸 성과라 더 눈에 띈다.

2017년 활동을 마치고 솔로로, 또 다른 그룹으로 데뷔해 활동하고 있는 아이오아이 멤버들도 재결합을 준비하고 있다. 해체된 지 2년도 넘은 그룹이 재결합하는 건 그만큼 그들의 무대를 원하는 대중이 많다는 뜻. '프로듀스 101' 시즌 1과 아이오아의 활동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솔로로 데뷔한 강다니엘을 비롯해 많은 '프로듀스' 출신들이 같은 시기에 활동을 펼치고 있다. AKB48의 멤버였다가 '프로듀스 48'에 출연해 국내 팬들과 만난 다카하시 쥬리는 울림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시인 그룹 로켓펀치로 데뷔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도아 역시 파나틱스라는 걸 그룹을 결성해 정식 데뷔한 상태다. 강다니엘과 함께 워너원에서 활약했던 배진영은 그룹 CIX로 데뷔, 지난 달 말 첫 앨범을 내고 새출발에 나섰다.

프로그램을 향한 논란과 관계 없이 계속 승승장구 하고 있는 '프로듀스' 출신 가수들. 가요 관계자들은 프로그램은 바람 잘 날 없지만 출연진들의 미래는 순풍에 돛 단 배와 같다며 앞으로도 '프로듀스' 출신들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CJ ENM 제공, 스윙엔터테인먼트, 커넥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DB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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