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지난 시즌 막바지에 받은 징계로 올 시즌 EPL 2라운드까지 결장한다. /토트넘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문을 열었다. 10일(이하 한국 시각) 리버풀과 노리치 시티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38라운드 일정이 시작됐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는 11일 1라운드 홈 경기에서 애스턴 빌라를 3-1로 꺾고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그라운드 위에 손흥민(27)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지난 시즌 37라운드 본머스전에서 거친 플레이로 퇴장해 리그 3경기 출전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애스턴 빌라와 개막전에 이어 18일 펼쳐지는 맨체스터 시타와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결장한다. 26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 홈 경기부터 출전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와 빅매치에 나설 수 없어 아쉽지만, 긴 호흡에서 생각해 볼 때 징계결장이 오히려 더 반갑게 느껴진다. 지난 시즌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 더 회복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지난 시즌(2018년 5월 25일~2019년 6월 13일 기준) 유럽리그에서 활약 선수들 가운데 손흥민이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78경기를 소화했고, 무려 11만km로 최장거리 이동을 기록한 선수로 조사됐다. 국제축구선수협회가 살펴 본 543명의 선수 가운데 손흥민이 출전경기와 이동거리 1위를 기록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리그와 컵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까지 모두 소화했다. 토트넘에서 53경기, 대표팀에서 2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많이 뛰고 멀리 이동하면서 적게 쉬었으니 컨디션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출전에 대한 욕심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그가 무리하게 경기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혹사 논란'이 고개를 들었고, 시즌 막바지에 힘이 부쳐 경기력에 기복이 생기기도 했다. 20대 후반 전성기에 접어드는 시점이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심신이 모두 지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첫 두 경기를 건너뛰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해리 케인이 개막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고, 에릭 라멜라가 부쩍 좋아진 모습을 보였으나 주전 자리를 꿰차는 데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지난 시즌 내내 토트넘의 공격 중심에 섰고, 프리시즌에서도 위력적인 경기력을 뽐냈 바 있다. 충분히 쉬면서 잘 충전한 뒤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올 시즌에도 50~60경기는 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즌 초반 징계결장을 인한 휴식이 오히려 더 반갑게 느껴진다.
 
유럽리그 성인팀에서 활약한 지 어느덧 10년째다. 토트넘에서는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완벽 충전'된 손흥민의 에너지 넘치는 활약을 기대해 본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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