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분양가 상한제 초읽기
분양가 상한제, 어떤 변화 일어날까
재건축 규제에 공급 위축·전셋값 급등 가능성 '커'
분양가 상한제. 국토교통부가 12일 분양가 상한제 개선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를 위해 도입을 시사해 왔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에 따른 '공급위축'과 대기수요의 증가로 전셋값 급등 등 임대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요건과 적용대상 등을 개선한다고 12일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시공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더해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로, 규제 중에서도 '끝판왕' 격으로 취급된다. 다만 분양가 제어효과가 뛰어난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시행과 폐지를 반복했다.

앞서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 2005년 공공택지에 도입된 후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확대됐으나 2015년 4월 민간택지는 조건부 실시로 바뀌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에 정부가 먼저 폐지를 할 만큼, 뽑아들기에는 부담이 많은 카드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가 다시금 분양가 상한제를 꺼내든 것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재과열 양상을 띄고 있고,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하기 위한 '후분양' 단지가 늘어날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제도 안에서는 강남과 과천 등의 재건축 단지들이 '정밀타격' 지역으로 맞춰졌다. 민간택지 재건축·재개발 등 상한제 지정 요건을 대폭 완하하고, 모든 투기과열지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종전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입주자모집공고 기준으로 소급 적용된다. 그동안 집값을 이끌어 온 서울과 과천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10월부터 서울·과천·분당 등 전국 31곳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 단지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듯하다"며 "분양가 통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현황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두고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낮아진 분양가가 청약 대기수요의 분양시장 관심을 증폭시키고, 이에 따른 거래관망과 저렴해진 분양물량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반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을 고려할 때 주택 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파괴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비사업 위축이 주택 공급량 장기 감소로 이어진다면 지역 내 희소성이 부각될 준공 5년차 안팎의 새 아파트들은 가격 강보합이 유지되며 선호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주택공급 불안' 문제를 지워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지영 소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함으로써 특히 서울의 공급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유일한데 잇따른 강한 재건축 규제는 서울의 공급의 문이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3기 신도시가 실망스러운 상황인데다, 자사고 지정 취소 등으로 외곽으로 나갔던 수요가 다시 서울로 유턴하고 있어 결국에는 수급불균형으로 서울 집값 상승이란 악순환 반복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로또분양'이 늘면서 이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가 발생해 전셋값 급등 등 임대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저렴한 공급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은 곧 임대 시장으로 몰려들어 임대료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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