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60일, 지정생존자'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정부 기관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브라운관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권력을 믿기 힘들다는 대중의 불신이 커질수록 이를 소재로 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최대의 이슈였던 '버닝썬 사태'만 봐도 사건을 중심으로 검찰,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 등이 불거지며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리 척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반영한 수사극, 정치극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 왓쳐·60일, 지정생존자·보좌관 등

현재 방송 중인 OCN '왓쳐'는 경찰 내부의 비리를 파고드는 감찰 수사관의 이야기다. 15년 전 비극적 사건으로 얽힌 감찰반장 도치광(한석규), 순경 김영군(서강준), 감찰반외부 고문변호사 한태주(김현주)가 경찰의 부패를 감시하는 비리수사팀이 돼 권력 실체를 밝혀나가는 내용이다. 특히 '왓쳐'는 마약을 유통한 검찰 등의 사건이 현실과 멀지 않게 느껴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감찰반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팀이다. 최근 버닝썬 사태 등으로 경찰 유착비리가 다수 발생하면서 서울 강남지역 등에는 전담 감찰팀이 파견됐다.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 의혹이 적잖이 나타나고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사회를 고발하는 장르물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양상이다.

내년 4월 총선의 영향 때문인지 국회, 정치를 다룬 작품들도 자주 보인다. tvN '60일, 지정생존자'는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자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것이 주요 흐름이다. 최근 탄핵, 촛불 집회 등을 겪은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시즌1을 끝내고 시즌2를 앞두고 있는 JTBC '보좌관'은 금배지를 달고 싶어하는 한 보좌관을 중심으로 암투를 그린 정치극이다. 특히 시즌1에서는 성취욕을 품은 초선 비례의원부터 정의를 쫓는 의원까지 한국 정치판의 다양한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 호평을 얻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실제 이대일 작가는 리얼한 대본을 만들기 위해 직접 국회의원실에 상주해 정치 플레이어들의 일상을 취재하고, 국정감사 현장을 보면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현실 정치판을 그대로 옮긴 덕에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높다.
 

JTBC '보좌관'

■ "사회 부조리에 대한 대중 의식 강화돼"

현실 사회를 꼬집는 내용은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촛불 집회 등을 겪으면서 사회 부조리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강화됐다. 그 후로도 국민들은 여러 사회·정치적인 보도를 보면서 사회 문제점에 대해 공부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고,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미디어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력을 기반으로 한 비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드라마 속에서라도 그런 비리들을 해결하면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현실 부조리를 비판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평론가는 "국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한 제작진의 움직임은 많아질 것이다. 예전엔 멜로 위주였던 드라마가 최근 장르물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속에 현실 부조리를 비판하는 트렌드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일 대중문화 평론가도 "검찰, 경찰 수뇌부가 시민의 안전보다 그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내용들이 최근 히트를 쳤다. 시청자들에게 현실 공감으로 다가가면서도 그들을 향한 불신을 동시 다발적으로 건드려 관심을 샀다.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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