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C

[한스경제 김아름 기자] 일본 제품 불매 열기가 사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유니클로와 DHC 등이 일본 관계자들의 '말 한마디'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사실상 퇴출로 가는 분위기다.

1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3대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롭스 등이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의 제품에 대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온라인몰 판매는 이미 중단했으며 오프라인 판매를 줄일 계획이다.

DHC는 일본에서 주로 편의점과 통신으로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 2002년 4월 한국법인 디에이치씨코리아아이엔씨를 세우고 국내에 진출했다. 지난 2017년 DHC는‘올리브영’ 어워즈에서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연매출 99억 원을 달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올리브영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우선적으로 매장 내에서 DHC 제품을 매대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하기로 했으며 랄라블라와 롭스는 재고 소진 이후 신규 발주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DHC코리아 모델인 배우 정유미 씨도 광고 계약 해지를 선언, 재계약 의지가 없음을 알렸다.

DHC 폄하 발언/JTBC 갈무리

이는 지난 11일 일본 화장품 기업 DHC 자회사인 'DHC테레비'에서 혐한 발언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인 '진상 도로노몬 뉴스'를 내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패널이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다.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 한다"라며 폄하 발언을 했다.

또 다른 출연자는 "조센징(한반도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해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등의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을 입에 올렸다.

이후에도 사과는 커녕 유튜브 채널을 통해 또다시 우익 발언을 내뱉고 있다. DHC TV 시사 프로그램 ‘토라의 문 뉴스’에는 일본 자민당 의원 아오야마 시게하루와 개그맨 오리시마 잇페이가 출연, 아오야마 시게하루 의원은 "1951년부터 한국이 독도를 멋대로 자기네 것으로 해버렸다"라며 "위안부 문제도, 레이더 발사문제도, 일본이 싸움을 건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이 식민지 역사를 잊은 채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며 비난했다.

하오야마 시게하루 또한 화이트 리스트 제외 발표에 대해 “수면 아래, 배경에 한국 측이 돈을 써서 로비스트에 고액의 돈을 건넨 뒤 미국에 대해 엄청난 착오를 일으켜서…"라며 한국이 미국 정부에 중재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매장

일본 기업의 한국 폄하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시초이자 상징이 된 유니클로 역시 초기 일본 임원의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일본 유니클로의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CFO가 결산 설명회에서 "불매운동의 영향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반일 감정이 격화, '1조 매출 신화' 유니클로는 내리막길을 달리게 됐다. 이후 국내 유니클로를 담당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사과문을 올리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등 돌린 여론을 달래기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국내 분위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두고 인식 제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의 가치관 등은 언급할 수는 있겠으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일으킬 파장은 회사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DHC 사태를 두고 "유니클로 임원의 애매한 뉘앙스가 섞인 발언으로 반일 감정이 더 격화된 상황인데 DHC는 불 난 집에 기름 뿌리는 격이 됐다"라며 "한일 갈등과 관련해 공인이라면 자신의 말 한마디가 공론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DHC 한국 법인인 DHC코리아는 "입장 정리 중이다"라고 밝힌 채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댓글 기능을 차단한 상태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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