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일본과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항일 영화들이 속속들이 개봉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8.15 광복절을 앞두고 항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장기 흥행 역시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의미 있는 흥행..日아베가 도왔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엑시트’와 엎치락뒤치락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다. 무명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다룬 ‘봉오동 전투’는 6일 만에 22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로 대승리를 거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독립군의 첫 승리를 긴박감 있게 펼쳐내며 보는 이들의 쾌감을 자아낸다.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 역시 개봉 2주만에 관객 수 2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국 56개의 극장에서 이뤄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주전장’은 우익들의 협박에도 겁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뛰어든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한국·미국·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펼쳐지는 숨 막히는 승부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김복동’의 열기는 더욱 뜨겁다. 지난 8일 개봉해 5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가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위해 투쟁한 27년을 담는다. 전국적으로 단체 관람 열풍까지 불고 있다. 정계 인사들의 단체 관람과 더불어 금융산업노조, 전교조, 강원영상위원회, 교육연수원, 인플루언서 협회, 강원도 원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노동조합, 이솔화장품 등이 단체 관람을 진행했다. 금주부터 평화나비네트워크, 성남시청, 여성가족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해양수산부 등이 단체 관람을 이어간다.

일반 관객들의 표 나누기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극장을 대관하거나 ‘김복동’ 관람권을 예매해 주변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지지하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에 응원한 곶자왈작은학교 학생들 역시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내 뒤를 따라”라고 외치는 할머니의 뜻을 기억하겠다며 단체 관람을 하고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특히 세 편의 흥행은 일본 아베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해석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아베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반(反)아베 운동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 맞선 영화들이 흥행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 애국심 마케팅? 역사에 관심 갖는다면야

무엇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과 8.15 광복절 당일에는 세 편의 영화에 많은 관객들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애국심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두 편의 영화와 달리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영화 ‘봉오동 전투’는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이를 흥행 요소로 이용한다 혹자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연배우 유해진은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분들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는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 우리에게 이름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고 숫자로만 남아 있는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봉오동 전투’에서 승리하게 됐다. 독립해서 살아가게 됐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 분들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자는 의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봉오동 전투’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 역시 “최대한 역사적 고증을 했다”면서도 “당시 상황에 대한 자료들이 많지 않았다. 혹여 내가 놓친 점들이 이 영화를 통해 많이 드러났으면 한다.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광복군에 대해 더 아셨으면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충무로 관계자들도 항일 영화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과거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를 심어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과거의 역사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나.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라도 광복군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해당 영화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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