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우리·하나은행, 금리연계형 DLS 등 관련상품 1조원 이상 판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S 상품의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각사 CI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제 2의 키코(KIKO) 사건이 다시 일어났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함께 금리연계형 DLS(파생결합증권)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물론 이를 판매한 은행들 역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DLS는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처음 약정한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이상 그 구조와 수익 가능성 등을 쉽게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이 DLS 관련 상품들을 고객들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곳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다.

이들 은행은 독일·영국 등 해외 주요국 금리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정기예금보다 2~3배 가량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해당 국가의 국채금리 관련 DLS 연계 DLF(파생결합펀드)를 판매했다. 현재 이들이 판매한 DLF 상품은 1조원 이상 규모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일부 투자자의 경우 원금 100% 손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우리은행-하나은행, 대규모 손실 우려에 대책반 구성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DLF(파생결합펀드)로,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했다. 하나은행은 영국·미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에 연계된 상품을 팔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3~5월까지 독일 국채 10년물과 연계된 DLF를 약 1250억원 가량 판매했다. 만기는 4~6개월로 다음달부터 올해 안에 모두 만기가 도래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상품은 기준치에 -0.2%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4~5%의 수익이 난다. 하지만 지난 13일 장중에 금리가 -0.6135%까지 내려갔다 이대로 만기가 도래한다면 원금의 80%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는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DLF가 기준치에 따라 수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 10년물 금리가 -0.3% 이하면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는 60%, -0.6% 이하는 80%, -0.7%보다 낮으면 원금 전액이 소멸된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영국 CMS 금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조기상환이나 만기상환이 되는 DLS에 투자한 상품이다. 그러나 지난 9월말 이후 판매한 상품 잔액 3900억원 가량이 위험에 처했다. 당시 판매된 상품의 만기는 1년이나 1년 6개월로 일부 상품이 다음달 만기가 도래한다.

만약 녹인 베리어(원금손실구간) 60% 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 때 기초자산의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거둬들인다. 하지만 만기 때 금리가 59%가 된다면 입게 되는 손실은 41% 육박한다.

우리은행은 영국과 미국 CMS 금리연계 상품 24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하나은행은 약 4000억원 어치를 팔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은행들은 서둘러 대책반을 꾸렸다. 우리은행은 최근 국내 영업 부문장이 주재하는 영업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문제가 된 상품의 동향을 점검하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영업점의 고객 응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부터 자산관리(WM)사업단 전무를 총괄로 투자상품부장과 PB사업부장, 실무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사후관리지원반을 꾸렸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올해 초부터 이 상품의 판매를 중지했고, NH농협은행도 판매하지 않았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고객들이 DLS 불완전판매 여부 조사를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 투자자들 "은행이 불완전 판매"...금감원에 조사 요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해당 상품을 권유받아 투자한 고객들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

실제로 하나은행 상품 투자자 4명과 우리은행 투자자 1명은 금감원에 DLS 불완전판매 여부 조사를 요청했다. 다만 우리은행 투자자 1명은 당사자 간 합의로 민원이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및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것을 말한다.

이들은 고액자산가 전용 센터로 불리는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에서 판매된 DLS 연계 상품가입 후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하면서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했다. 제기된 내용은 은행으로부터 원금 손실 여부를 듣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민원이 제기된 DLS 연계 상품 중에 독일 국채 금리와 연관된 상품은 현재 80% 정도의 원금손실, 영국 CMS 연관 상품의 경우 50% 정도의 원금손실이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DLS 금리 연계형 상품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들은 원금손실 우려를 충분히 설명했고 이와 관련한 자필서명과 녹취 등을 증거자료로 모두 구비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DLS와 연관된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들의 불완전 판매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당국, DLS 실태 점검 나서...미스터리쇼핑도 병행

은행들이 판매한 DLS 관련 상품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조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DLS와 연관된 상품을 판매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 등을 확인하는 판매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임원 회의에서 “시장 상황이 악화돼 변동성이 커지니 DLS 등 소비자 보호 문제가 생기는지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금융위원회도 DLS와 관련해 은행들의 판매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금감원과 같이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DLS 상품 손실에 대해 금감원과 함께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보게 된다면 은행들의 영업 행태도 같이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민원과 별개로 하반기 DLS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스터리쇼핑은 금융사 직원이 금융상품의 적합한 판매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제도다.

하지만 은행 측은 다소 억울하단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아직 만기가 돌아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금감원이 DLS 판매에 대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결과 우리은행은 60점대로 ‘미흡’, 하나은행은 60점 미만으로 ‘저조’로 평가됐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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