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암전’(15일 개봉)은 폐극장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일들을 다룬 영화다. 제한된 공간이 주는 공포 분위기를 박진감 넘치는 촬영 기법으로 완성했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영화 자체에서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주인공인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은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 중이다. 제작사의 독촉에 시달리던 어느 날 후배로부터 상영이 금지된 공포영화 암전에 대한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찾아 나선다. 어느 날 미정은 해당 영화의 감독인 재현(진선규)으로부터 살고 싶으면 영화를 찾지 말라는 경고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영화 한 편 만드는 게 목표인 미정은 재현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재현의 경고를 무시하고 암전의 실체를 추적한 미정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 '암전' 리뷰.

‘암전’은 기이함과 공포감이 연속적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극 중 영화명이기도 한 ‘암전’은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쉴 틈 없이 펼쳐지며 극강의 공포감을 형성한다. 특히 영화의 촬영 방식이 굉장히 독특한데,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주인공의 절박한 상황과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롱 테이크 촬영과 헬리캠 촬영으로 소름 돋는 장면을 구현한다. 지난 해 개봉해 뜨거운 인기를 얻은 '곤지암'만큼 독특한 촬영 방식이다. 

‘암전’으로 상업영화에 입봉한 김진원 감독은 ‘검은 선’ ‘도살자’ ‘상자 안의 가족’ ‘전기톱 여고생’ 등으로 공포영화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왔다. “꿈을 향한 광기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밝힌 ‘암전’을 통해 기존의 공포영화와 차별화된 생동감 넘치는 공포물을 완성했다.

여러모로 ‘무서운’ 공포영화이지만 주인공들의 행동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미정이지만 광기에 가까운 극단적인 선택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 또 10년 있던 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재현이 펼치는 안하무인적인 행동 역시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과 세련된 촬영 방식, 폐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공포감이 영화의 미흡한 점을 충족시킨다. 그동안 호러 장르에 특화된 연기를 보여준 서예지는 주인공 미정에 완벽히 몰입된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이끌고 간다.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광인으로 분한 진선규 역시 적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으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감각적인 촬영 기법과 조명, CG(컴퓨터 그래픽) 역시 영화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러닝타임 86분. 15세 관람가.

사진=TCO(주)콘텐츠온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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