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조원 판매된 DLS, 불완전판매 논란...은행들, 수수료 수익만 관심
금융감독원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DLS 상품의 실태조사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기대 수익률은 3~5%, 하지만 손해가 날 경우 원금이 모두 날라갈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상품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상품을 파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손해 위험이 큰 상품을 선뜻 고객에게 권유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설마 했던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가의 금리에 연계한 DLS(파생결합증권) 상품이다. 이 DLS를 자산으로 편입한 DLF(파생결합펀드)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이들 상품의 규모는 대략 1조원 수준이다.

문제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상품의 경우 전액손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불완전 판매 있었나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S·DLF 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과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상품 만기 시점에 해당 기초자산(금리)이 초기에 약정한 금리 수준 이상인 경우 3~5% 가량 수익을 얻지만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그 하락 폭 만큼 혹은 그 이상 손해가 발행한다. 최고 원금 전액 손실도 가능한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해당 상품에 투자한 은행 고객 중 일부는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상품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원금 손해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란 것이다. 특히 원금 전액손실 이야기는 전혀 들은 적 없다는 이들이 많다.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은행들은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 된다. 불완전판매란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사항들을 누락하거나 허위·과장 등으로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오인하게 만드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금융사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금융상품의 구매나 투자를 고객에게 권유하거나 해당 금융상품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 즉 고객이 부담하게 되는 비용과 위험요인 등 필수사항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판매나 동양증권의 부실 회사채 판매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불완전판매로 인해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저축은행 부도 및 영업정지 등으로 이어졌다. 동양증권도 이때의 부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외국계 자본에 매각돼 지금의 유안타증권이 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DLS 투자자 사태가 보여준 근본적 문제는 고도로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해가 낮은 소비자에게 무차별·무원칙적으로 판매한 것"이라며 "이는 과거 키코사태에서 문제가 된 사기구조의 상품과 옛 동양증권의 부실어음 판매를 결합한 금융사태"라고 진단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실태 조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서면 실태조사를 마치고, 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오는 22∼23일께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등 DLS 판매 증권사도 현장조사 대상이다. 

반면 은행들은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해당 상품 판매시 원금손실 우려를 충분히 설명했고 고객들 역시 이를 인지한 후 관련 서류에 자필서명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상품가입 관련 통화내용 녹취 등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증거자료도 구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 손해 위험 알고도 팔았나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은행들이 DLS·DLF 상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고객들에게 위험을 모두 떠넘겼다면 문제라는 얘기다.

만약 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모르고 팔았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자신도 잘 모르는 상품을 고객들에게 좋은 상품으로 소개하며 팔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남희 대표는 "이번에 문제가 된 DLS 상품은 금리연계형 파생상품으로 고도의 금융지식과 세계경제·금융 상황에 지식이 있는 자가 기획·유통·판매하고, 구매자 역시 그런 능력을 가졌어야만 했던 상품"이라며 "(이번) 투자자 피해는 복잡한 금융상품을 제조한 금융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한 상품을 설계하고 이를 유통시키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금리연계형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해당 금리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면 연 4~5%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금리가 -0.2% 대비 1bp(0.01%P) 떨어질 때마다 2%씩 원금손실이 발행한다. 만약 이 금리가 -0.7%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날린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들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3~5% 가량 수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해진 수준 이하로 금리가 떨어진다면 손실은 급격히 늘어난다.

두 상품 모두 전문적인 금융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상품이다. 다양한 경제 이슈에 능통한 이라도 향후 수익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은행들이 이런 고위험 상품의 위험성을 모르고 판매했을 리 없다. 고객의 이익보다는 은행의 수수료 수익을 우선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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