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느 때보다 시원한 볼거리와 웃음이 필요한 시기다.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호러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시원하게 만들고 있다. 

'호텔 델루나' 속 13호실 귀신 모습 / 육하원칙ENT

■ "귀신을 모시는 호텔이야"
tvN '호텔 델루나'(연출 오충환, 김정현, 극본 홍정은, 홍미란)는 귀신들이 머물다 가는 호텔을 콘셉트로 오싹함을 자아낸다. "미술이나 CG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오충환 감독의 말처럼 극에는 '13호실 귀신, '도서관 귀신' 등 무서운 분장을 한 귀신들이 가득 나온다. 귀신들은 등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소름 끼치게 만든다. 

특히 '13호실 귀신'은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피해로 억울한 죽음을 맞은 여대생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복수를 하는 악귀로 등장해 무서움을 자아냈다. 인터넷상에 유포된 사생활 동영상을 몰래 보는 남자들만 찾아다니며 해코지를 했다. 결국 마고신에 의해 소멸되나 인간에 대한 복수에 가득 찬 귀신의 모습은 서늘한 공포를 선사하기 충분했다. 

이처럼 '호텔 델루나'에는 갖가지의 사연을 가진 귀신들이 등장하며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곳엔 호러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호텔 사장 장만월(이지은)과 지배인 구찬성(여진구)의 애틋한 관계가 그려지면서 공포와 로맨스, 두 가지 재미를 챙긴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엄청나다. 색다른 호로맨스(호러+로맨스)로 한여름 밤을 물들이고 있는 '호텔 델루나'는 시청률, 화제성뿐만 아니라 음원 차트까지 섭렵하고 있다. 방송 시작 이래로 7%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5주 연속 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굳건한 인기를 유지 중이다. 드라마 OST 또한 매주 공개될 때마다 음춴 차트 1위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폴킴의 '안녕',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벤 '내 목소리 들리니', 태연 '그대라는 시' 등이 드라마 인기 못지 않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 방송가에 등장한 '악마'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연출 민진기, 극본 노혜영, 고내리)에서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악마가 등장한다. 인간과 영혼 계약을 맺고 그 몸을 숙주로 삼아 사는 '류'(박성웅)가 바로 악마다. 그는 다양한 숙주를 거치다 현재 배우 모태강의 몸을 빌려 쓰고 있다. 하립(정경호)과도 영혼 계약을 체결한 '갑'이다. 그는 사망한 하립(실제 모습 57세 무명가수 서동천)을 살리는

대신 그를 죽인 범인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 이후 하립과 10년 영혼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하립이 자신의 성공이 남의 음악을 훔쳐 이룬 것임을 알게 돼 '사기 계약'이라고 주장하자 무서운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하립을 과거로 데려가 목을 움켜쥐고 '살려달라고? 그래 살려주지. 사는 게 지옥보다 더 고통스럽게 해줄 거야. 제발 좀 죽여달라고 사정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어"라고 위협했다. 이에 하립은 악마 류가 평소 음치를 벗어나고 싶어한 것을 기억해내며 '음악 선생이 되어 주겠다'고 제안했고, 악마는 이를 받아들이며 대신 3개월 안에 '대타 영혼'을 데려오라고 재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악마가'는 극 초반부터 죽음, 삶,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악마가 인간처럼 살아가기 위해 노래를 배우고, 전 연인을 피해 다니는 허당스러운 모습은 코믹함을 자아내지만,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악마의 본성이 시청자로 하여금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악마가 빙의 된 박성웅의 매섭고 차가운 눈빛이 완성적인 호러물을 만들고 있다. 연출을 맡은 민진기 감독은 "판타지, 서스펜스, 휴먼, 음악 모든 것들이 포함된 복합 장르"라며 "올여름 더위를 해소 시켜줄 드라마"라고 이야기했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

■ "우리 고시원 사람들 다 착해"
31일 공개되는 OCN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는 원작 웹툰의 미스터리를 그대로 옮긴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서울에서 낯선 고시원 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뜻하지 않게 타인이 만든 지옥을 마주한다는 내용이다. 공개된 스틸컷만 봐도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세월의 흔적과 스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고시원의 모습은 '에덴'이라는 이름과는 상반된 '지옥'을 연상시키며 오싹함을 자아낸다. 박재현 미술 감독은 "어둡고 긴 동굴 같은 복도와 감옥을 연상시키는, 아주 작은 창문이 달린 방을 통해 보기만 해도 습하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드는 고시원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낯선 장소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속내를 알 수 없는 타인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에덴 고시원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현실에 있을 법하되, 이런 곳이 존재하나 싶은 괴리감을 동시에 유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의 말처럼 극에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등장해 오싹함을 유발한다. 포스터 속 '여기 있는 사람들 다들 착해. 들어올거지?'라며 의미심장한 미소 짓고 있는 고시원 주인 엄복순(이정은)의 모습은 따뜻함보단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한여름에도 긴 셔츠만을 고집하는 묘한 분위기의 남자 유기혁(이현욱)과 기괴한 웃음소리와 심하게 더듬는 말로 주변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르게 만드는 변득종(박종환) 등 주인공들은 특별할 것 없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공포를 조성한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타인이 만들어낸 끔찍한 지옥"이라고 말하는 사회 초년생 윤종우(임시완)이 겪을 미스터리한 일들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를 높이고 있다. OCN 관계자는 "매 순간 긴장을 유발하는 파격적인 스토리는 물론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인물들 간에 독특한 관계성을 보다 명확하게 그려 넣어 스토리의 이음새를 더 견고히 했다. 일상의 지옥을 더욱 섬세하게 구현할 새 에피소드도 추가했다"고 귀띔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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