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오동 전투’ 유해진 “일본 향한 대사? 적나라할 수밖에”
[인터뷰] ‘봉오동 전투’ 유해진 “일본 향한 대사? 적나라할 수밖에”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9.08.19 00:05
  • 수정 2019-08-18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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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유해진은 그동안 영화 ‘택시운전사’(2017) ‘1987’(2017) ‘말모이’(2018) 등 시대를 대변하는 작품들에 출연하며 소신 있는 행보를 걸어왔다. 최근 개봉작 ‘봉오동 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무명의 독립군들을 이끄는 황해철 역을 맡아 극을 진두지휘했다. “어제 농민이었던 자가 오늘은 독립군이 된다”라는 명대사를 통해 일제에 항거한 독립군의 불타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해진은 “드러나지 않은 무명 독립군을 그린다는 게 참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과연 내가 맡아도 되는 작품인지 양심의 측면에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 ‘봉오동 전투’는 일본에 맞선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의미 있는 작품이다. 뿌듯한 마음이 컸을 것 같다.

“출연하기 전부터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전투신도 많을 뿐더러 영화의 무게감을 느끼며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희생된 독립군을 그린 작품이라 의미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황해철은 독립군을 이끄는 수장이다.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한 성격인데.

“완급 조절을 하는 게 숙제였다. 계속 묵직한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생사를 왔다 갔다 하지만 늘 타이트하게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게 좋은 지도자이지 않을까 싶었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 농담할 때는 농담하고, 일할 때는 일 하고. 그런 모습들을 많이 반영하려고 했다. 조우진이 많은 도움을 줬다.”

-황해철은 총이 아닌 검을 쥔 인물이다.

“‘쾌도난마’라고 표현하는 장면이다. 스토리에 따라 나 역시 ‘찢어버리겠어’라는 일념 하나로 마구 휘둘렀다. 일본군을 벼 베듯 휙휙 날려버리니까. 3·1 운동을 하다 옥에서 순국한 분들의 유골이 바닥에 뿌려져 있는 것을 봤으니 그 분노가 어땠겠나. 제작진과 공통된 의견은 칼을 휘두를 때 ‘기술이나 기교가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생존을 위한 검술이니까.”

-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실제 검은 잘 들지도 못한다. 정말 무겁고 무쇠다. 소재를 다르게 한 검을 사용했는데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정두홍 무술감독이 내 대역을 맡아줬다. 너무 고마웠다. 역시나 말하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 장면이 나와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정두홍 형이 내게 액션 지도를 해주기도 했다. 형이 직접 연기한 부분들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정말 근사했다.”

-일본에게 외치는 외침 등 적나라한 대사들을 직접 소화했는데.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둘러 표현하거나 빙빙 돌려 말하기엔 상황과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분노가 억누를 수 없는 지경까지 치솟아 있을 것 아닌가. 다 쏟아내야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자동 반사적으로 직설적인 말들이 튀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조우진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치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왜 ‘조우진 조우진’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상대의 연기를 너무 잘 받는다고 해야 할까. 연기도 잘 하고 주위 사람들을 많이 챙긴다. 나와 약간 다르다. 뭔가 점잖고 바르고 도덕선생님 같은 이미지가 있다.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 ‘택시운전사’에 이어 류준열과 또 재회했다.

“류준열과 점점 친해지고 있다. 방금 전에도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워낙 또 성격이 다정한 편이지 않나. 점점 더 정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소탈해 보이지만 연기를 할 때는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확실히 예민한 편이다. 비교적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실실 웃고 있다가 놓친 연기에 대해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도 첫 촬영 전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뭐 다른 배우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최상의 컨디션으로 촬영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였을 듯하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현장인 건 맞다.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대사 자체도 신중히 선택해야 했다. 내 역할은 연기로 끝난 것 같다. 내가 영화를 처음 본 순간은 언론시사회 때였다. 그 전에 기술 시사가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사실 언론시사회도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는다면 참석 안 할 것 같다. 개봉 후 편하게 극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야 더 객관적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 같다. 관객들의 객관적인 반응도 살필 수 있으니까.”

- ‘삼시세끼’ 등 예능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중이 나의 내면까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없다. 내 고통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모습까지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 직업은 관객들로 하여금 ‘아, 저런 영화를 찍었구나’라며 작품을 편하게 감상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후속작은 제작비 200억 원이 투입된 ‘승리호’인데.

“특별히 장르물에 도전하기 위해 선택한 건 아니다. 촬영 방식이 이전과 다르다보니 색다르고 재미있긴 하다. 한창 촬영 중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 개봉 때 하겠다. (웃음)”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