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창업주.

[한스경제=송진현] 요즘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박현주 미래에셋 금융그룹 창업주(61)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가 해외 사업에 올인하면서 미래에셋 금융그룹이 외국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현주 창업주는 지난해 5월 미래에셋 금융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그는 미래에셋대우 홍콩 글로벌 회장과 글로벌 투자전략 고문(GISO)을 맡았다. 국내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글로벌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박현주 창업주가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의 그룹 총수로서는 파격 행보였다.

이것이 결국 ‘신의 한수’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미래에셋대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던 것이고, 탁월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1500여억원을 벌어들였던 미래에셋 금융그룹은 올 상반기에만 벌써 130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실적은 범위를 국내 증권사로 좁힐 경우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14개 증권사가 해외 점포에서 거둔 총 당기순이익이 1억2300만달러(약 1351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미래에셋 금융그룹이 올 상반기에만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달성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NCR(순자본비율) 규제, 해외법인 신용공여 제한 등 각종 악조건을 뚫고 이뤄낸 성과여서 그 값어치를 더하고 있다.

한걸음 나아가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올해들어 8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쳐 국내 경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든 상황이기에 박현주 창업주가 일군 해외 실적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박현주 창업주가 1997년 사업 시작 후 글로벌 투자를 선도해온 데다, 지난해부터 해외사업에만 매달리면서 미래에셋 금융그룹의 해외부문 실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투자의 맥을 누구보다 잘 짚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래에셋 금융그룹은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을 출범시켰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ETF 운용사인 ‘글로벌X'를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 10개국에서 11개 해외법인과 3개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현주 창업주는 특히 지난 2016년 12월 대우증권을 인수해 미래에셋대우 통합법인을 출범한 이후 글로벌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가령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8월 2억8000만유로(약 3600억)를 주고 독일 프랑크프루트 소재 T8 빌딩을 인수했다. 최근 이 빌딩을 4억유로(약 5200억)에 매각해 1600억원의 수익을 남겼다.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호텔(9500만달러)과 아마존 물류센터(7800만달러) 등 굵직한 부동산 투자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올해 들어서도 3조3000억원에 달하는 해외법인의 자기자본을 밑천 삼아 미국의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진행 중인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사업에 3억7500만달러를 투자하고 프랑스 마중기 타워, 일본 아오야마 빌등의 지분투자에 참여했다.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자산은 올 2분기에 6조1000억에 달한다. 향후 이같은 투자자산에서 꾸준히 이익을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 해외부문에서의 ‘수익 서프라이즈’ 행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법인의 IB(투자은행) 부문 성과도 돋보인다. 홍콩법인은 올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마오얀 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상장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아울러 항공기 매각과 호주 기업 ‘MYOB’에 인수금융을 제공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오랫동안 ‘박현주의 마법’이란 말이 회자돼 왔다. 박현주 회장이 맘 먹고 손을 댄 투자에서 큰 성과가 나온 것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글로벌 투자’를 강조한 박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스경제 발행인>

미래에셋대우 본사 전경. 사진제공=미래에셋대우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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