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환율 하락시 계약 해지 외에는 대처방안 없어
최근 외화보험 가입자가 부쩍 늘어난 가운데 환율 하락시 환차손을 입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환율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가운데 외화보험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외화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사는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ABL생명, 오렌지라이프, 하나생명 등이다. 이들 보험사가 판매하는 외화보험은 달러 보험과 위안화 보험이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을 비롯 보험금 및 해약환급금 등이 미국 달러 등 외화로 이루어지는 상품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한데다 환율 변동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보험계약 만기시 외화로 보험금을 수령하기 때문에 보험료 납입 시점보다 원화 약세(환율 상승)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원화 강세(환율 하락)인 경우 환차손을 입는다.

2003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외화보험 누적 판매 건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14만 600건, 누적 수입보험료는 3조 8000억원이다. 이중 5만건 이상은 최근 1년새 판매됐다.

AIA생명 달러 연금보험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월 보험료로 400억원 가량을 모으며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했다.

과거에는 최저 가입액이 높아 주로 자산가들이 외화보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소액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되면서 중산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모았다.

외화보험은 환율 변동에 따라 납입보험료와 수령보험금이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 30만 달러를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일 때 수령하면 3억 3000만원이 되지만 환율이 1000원이면 3억원을 받게 된다. 3000만원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납입할 때도 보험료가 달라진다. 매월 500달러를 보험료로 내야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는 50만원을 내지만 1100원이 되면 55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금리연동형 보험도 있다. 외화보험은 적립시 적용하는 공시이율 변동 여부에 따라 금리연동형과 금리확정형으로 나뉜다.

금리연동형 보험의 경우 가입 후 외국 금리가 하락해 공시이율이 낮아지면 만기보험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일부 상품은 10년 계약기간 중 5년은 확정 금리, 이후에는 연동형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실제 손해를 봤다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금감원이 공개한 외화보험 가입 사례를 살펴보면 직장인 박진호(45·가명) 씨는 재테크 수단으로 외화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 만기시점에서 원화로 환전하자 해당 시점 환율이 가입시점보다 하락해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수령했다.

류병훈(60·가명) 씨도 공시이율 3.8%라는 말만 듣고 퇴직금 전액을 외화보험 상품에 납입했지만 보험기간동안 금리 하락으로 공시이율이 1.0%가 돼 생각보다 적은 보험금을 받고 후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화보험은 환테크를 위한 금융 상품이 아니다"라며 "달러가 강세인 요즘 외화보험에 대한 관심이 큰데 가입 후 환율이 하락하면 계약해지 외에는 환율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가입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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