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본 관광국이 진행한 계약에 "이렇다할 항의도 못해" 울상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시국이 이런데 버젓이 붙어있으니... 여행을 부추기는 것 같고”

사진=강한빛 기자

저가항공사인 에어서울이 '국민 정서'와 일본 관광국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서울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내 객차에 '에어서울' 명으로 일본정부 관광국에서 현지 명소를 소개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한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안가기 운동이 펼쳐지는 것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에 에어서울도 기업이미지 타격에 대한 우려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지난 18일 찾은 공항철도 열차 내엔 에어서울의 일본 여행지 홍보 광고가 걸려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여행, 에어서울 일본 최다 도시 취항’이라는 문구와 함께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여행은 일본에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적혀있다. 중앙부엔 요나고, 도야마, 다카마쓰 등 일본 여행지를 소개하는 짤막한 글과 함께 우측 하단엔 에어서울 기업 로고가 자리 잡고 있다.

해당 광고에 대한 권한은 에어서울이 아닌 일본정부 관광국(JNTO)에서 가지고 있다. 해당 광고는 국내에서 'NO 재팬'이 불거지기 이전인 6월부터 이달말까지 게재 계약이 이뤄져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지점이 7월 중순임을 고려하면 한 달여 기간 그대로 걸려있던 셈이다. 에어서울은 광고집행 주체가 아니라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에어서울 관계자는 “열차 내 광고는 일본정부관광국에서 집행한 것으로 광고에 적힌 요나고, 도야마, 다카마쓰 등은 에어서울이 운영하는 노선이라 회사 로고가 적혀 있는 것”이라며 "에어서울이 광고 집행을 하지 않아 여론에 따라 광고를 중단하거나 내리는 등 판단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광고에 대해 일본정부관광국에 문의했으나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광고게재 권한은 공항철도 주식회사의 고유권한이다. 공항철도 시설물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공항철도의 승인을 득해야 한다. 일본정부 관광국 광고도 공항철도로부터 위탁을 받은 광고대행사가 게재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열차 이용객들은 해당 광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한 탑승객은 “일본 불매 운동이 퍼지면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등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데 일본 여행지 홍보 광고가 걸려있어 의아했다”며 “광고가 내려간 뒤에도 이 같은 이미지가 남아있을 것 같다”며 언짢은 반응이다.

앞서 에어서울은 지난달 말 일본산 맥주인 '아사히 맥주'가 포함된 기내 콤보세트 이미지가 공식홈페이지에 노출돼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국내 정서를 고려해 '클라우드 맥주'로 변경됐지만 수정 전 이미지가 노출 돼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에어서울은 그동안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수익 창출을 해왔다. 전체 노선의 절반 이상이 일본 노선으로 국내 항공사 중 일본 의존도가 가장 높다. 때문에 이번 일본 불매운동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에어서울은 줄어드는 일본 여행객과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일본 노선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8곳 모두 일본 노선 감축 결정을 내렸다. 감축 대상에 포함된 일본 노선은 60개를 넘어섰다.

에어서울은 지난 13일 현재 운영 중인 일본 노선 중 5개에 대한 운항 중단, 감편 계획을 밝혔다. 9월 16일부터 도야마 노선, 10월 27일부터는 구마모토, 우베 노선을 운휴한다. 다음 달 16일부터는 오사카 노선 운항을 현재 주 14회에서 주 9회로 축소하고 요나고 노선은 주 6회 운항에서 주 3회로 줄이기로 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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