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서예지의 호러 연기가 화면을 꽉 채운다. 영화 ‘암전’에서 성공에 눈이 먼 감독 미정 역을 맡아 인간의 광기와 야망, 파국을 그리며 극강의 공포감을 형성했다. 폐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공포담은 서예지의 온 몸을 불사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장면도 대역 없이 소화한 서예지는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인데 그게 그대로 화면에 드러난 것 같아 좋다”며 웃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느낌이었나.

“사실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안 들었다. 공포영화이기도 하고 귀신이 등장하면 겁나지 않나.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그저 ‘독특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느낌이 확고했다. 감독님이 미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이 뚜렷했다. ‘아, 중심을 잘 잡고 연기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소재로 독특하게 찍을 수 있겠다 싶었다. 공포영화 장르에 공포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주인공인 게 신선했다.”

-평소에도 공포 스릴러 장르를 즐겨보나.

“굉장히 좋아한다. 재미있든 없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 본다. 소장용으로 산 비디오가 다 스릴러다. 외국영화는 ‘오펀: 천사의 비밀’을, 한국영화는 ‘악마를 보았다’ 등을 소장하고 있다. 한 영화를 오래 보는데, 틀어놓기도 한다. 집에 있을 때마다 거의 매일 틀어놓는 것 같다.”

-주인공 미정의 어떤 점에 끌렸나.

“여성, 남성이라는 특정적인 성별을 배제해도 되는 캐릭터다. 중성적인 태도뿐 아니라 모든 것들이 내가 안 해본 연기였다.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표현은 안 하는 것 같으면서 비틀린 욕망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미정처럼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도전해본 순간이 있을까 싶더라.”

-화장기가 전혀 없이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했다.

“맞다. 아예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 감독님은 선크림은 바를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선크림의 유분 때문에 주근깨 분장이 안 된다고 했다. 평소에도 민낯으로 많이 다녀서 맨얼굴을 공개하는 부담은 없었다. 다만 민낯의 여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 관객들이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다. (웃음) 다크서클과 주근깨가 겹치니까 부담스럽지 않았다. 공포영화 주인공이니 어차피 망가져야 하는 얼굴 아닌가.”

-영화 속 폐극장이 정말 음산했다. 전라북도 최초 극장인 군산 국도극장인데.

“진짜 생소했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었구나 싶더라. 낡은 의자들과 먼지가 너무 리얼리티해서 연기에 도움은 될 것 같았다. 실제로 계속 기침을 했다. ‘암전’ 속 이야기처럼 모든 게 다 실화였다. 다행히 우리 촬영을 마지막으로 리모델링을 한다고 들었다.”

- ‘구해줘’와 ‘암전’ 등 그 동안 스릴러에 특화된 연기를 보여줬다.

“스릴러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주 보고 즐기다 보니 스릴러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성격이 털털한 편이라 스릴러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목소리 자체가 중저음이라 더 무섭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웃음) 로맨틱 코미디? 당연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하고 싶긴 한데 끌리는 장르는 스릴러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고 활동적이지 않다 보니 발랄한 것보다 무거운 톤을 찾는 것 같다.”

-직접 뛰고 구르는 장면이 많았다. 크고 작은 부상은 없었나.

“사실 대역을 쓰지 않아서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힘들었다. 귀신을 만나고 감정적으로 광기를 부리는 신에서 진짜 메소드로 몰입하라는 감독님의 요구사항이 있었다. 그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혼자 몰입해 찍었다. 롱 테이크로 찍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다. 고생한 만큼 완성본이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했다.”

-진선규와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오빠(진선규)에게도 한 말이 나 말고 다른 여배우들도 굉장히 좋아할 거라고 했다. 오빠를 만나 내게는 행복한 작품인 것 같다고 했다. 여주인공이 끌고 가는 작품에서 이렇게 배려하는 상대 배우를 만나기 쉽지 않다. 이런 ‘배려의 아이콘’이 또 있을까 싶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체력 소모가 많은 액션도 곧잘 소화하는 것 같은데.

“체력이 된다기보다는 매 장면 최선을 다 하는 것 같다. 몸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하도 격정적인 장면이 많다 보니 몸이 피곤했는지 숙소에 들어가면서 다리를 접지르기도 했다. 그런데 촬영은 계속 해야 하니까. 귀신에게 당해 다리를 다친 것으로 설정을 바꿨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귀신을 상대하는데 오히려 그 연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대중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광기라는 소재를 잘 끌고 갔다는 말을 듣고 싶다. ‘영화 잘 봤다’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다. (웃음) 독특한 소재라 재미있었다는 평을 받고 싶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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