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배우 다카시 미기타 씨가 아베 정권 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권혁기 기자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한 일본인이 일본 영화에서 본듯한 도복을 입고 어깨 한쪽에는 확성기를 매고 서 있었다. 하얀색 상의 도복 위에는 색이 바랜 붉은색으로 일본어인 히라가나가 쓰여 있었다.

그의 옆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일본에 항의하는 시위자들의 텐트까지 있어 모습만 봤을 때는 영락없는 일본을 옹호하는 시위자로 보였다. 그의 이름은 다카시 미기타(右田隆). 그는 자신을 "이름에는 '오른쪽 우'가 있지만 성향은 '왼쪽'인 일본 배우"라고 기자에게 힘줘 소개했다.

이날 다카시 미기타 씨는 한스경제에 "지금 현재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매우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미기타 씨는 "우리는(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군사력만 가질 수 있게 돼 있는데 일본 정부는 '군대에 가라'고 말하는 등 평화를 깨는 언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에서 유명하지 않은 배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퍼포먼스는 내가 유명해지려고 하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으로 파괴된 '히로시마 원폭 돔'을 향해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 전쟁의 참혹성과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각종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어요. 히로시마에서도 했고, 최근에는 아베 정권이 한국을 대상으로 무역 수출 규제 등 보복 조치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고 매일 아침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 경비대도 저를 알아보고 인사할 정도죠."

미기타 씨는 한국에서도 일본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어제(20일) 밤에 한국으로 입국했다. 서울 종로구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매일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오는 토요일(24일) 정오 비행기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유투브 영상을 보여주며 "지금 다양한 나라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영상을 제작 중"이라며 "내후년에는 미국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인들이 오해할 수 있는 복장에 대해서도 물었다. 미기타 씨는 "합기도복"이라며 "이 옷은 '나를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자'는 합기도 정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합기도는 지키는 무술이지 않느냐. 물론 옷이 넓어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다카시 미기타 씨는 목에 한국 전통 문화를 상징하는 하회탈 목걸이가 걸려 있다. /권혁기 기자

그의 목에 걸려 있던 하회탈 목걸이는 그의 마음가짐을 대변했다. 그는 "항상 웃고 싶어서, 웃기 위해서 목에 걸었다"며 "한국 전통 물건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끝으로 취재에 응해준 미기타 씨에게 고맙다고 하자 "오히려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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