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거래은행 따라 갈린 피해 여부...우리·하나 울고, 국민·신한·농협 웃었다
KB·신한·농협은행의 DLF 관련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사진=각사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저희는 40년 고객이에요. 이번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대한 은행 측의 대응을 보고 가족 모두가 다른 은행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해당 은행의 주거래 고객들이었다.

21일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DLF 판매액 4012억원 중 3414억원이 개인 고객들에게 판매됐다. 하나은행 역시 관련 DLF 판매액 3876억원 중 3603억원이 개인 고객들에게 판매됐다. 문제가 된 DLF의 대부분이 해당 지점의 주거래 고객에게 판매된 셈이다.

반면 KB국민은행이 판매한 DLF 투자 고객들은 이번 사태를 빗겨갔다. KB국민은행이 우리, 하나은행과는 달리 금리하락 시 수익이 나는 상품을 권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고객들도 DLF 사태의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DLF 투자로 막대한 손해를 본 고객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가장 큰 차이는 주거래 은행이 달랐다는 점, 오직 그것 하나다.

시중은행서 판매한 DLF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시중 5대 은행, DLF 두고 달랐던 판단...고객 '희비'

이번 DLF 사태를 직면하면서 국민과 신한, 농협은행의 리스크 관리와 상품선별 능력이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다. 시중 5대 은행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무분별한 DLF 상품 판매로 고객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반면 KB·신한·국민은행은 이번 사태 속에서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DLF 상품 판매 제안이 우리한테도 들어왔지만 WM상품위원회에서 상품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상품의 판매를 거절한 국민은행은 우리, 하나은행과는 반대로 해외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의 DLF 상품을 선택했다.

국민은행은 WM상품위원회를 통해 미국 국채 이자율스와프(CMS) 10년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DLF상품을 판매했다. 우리와 하나은행이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 금리연계 DLF 상품에 투자한 것과는 달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은 최초 설정시보다 기초자산의 금리가 하락할수록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돼 금리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헷지한 상품"이라며 "상품만기를 3년으로 설정 후 6개월 이후에는 매 3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를 부여해 상환확률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DLF 만기가 4~6개월로 짧고 만기연장이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투자 안정성이 더 높다.

국민은행은 해당 상품을 262억원 가량 판매한 이후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금리 변동성 리스크가 증가했다고 판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적절한 투자상품 선별 능력과 고객의 투자 위험성에 대한 배려, 리스크 관리가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 고객들은 현재 DLF 투자로 수익을 보고 있는 상태다. 우리, 하나은행의 고객들이 DLF 투자로 막대한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결과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유럽 주요국 금리연계 상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고객 피해를 막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관련 DLF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전 누적 판매금액이 80억원 수준에 그쳤다. 수수료 수익을 위한 '묻지마 판매권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농협은행 역시 자산운용사 등에서 해당 상품의 판매 제안을 받았지만 실무자 단계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은행과 증권사는 판매할 금융상품의 선별능력도 없었고, 판매자는 기본지식도 없이 오로지 수수료 수익에만 집중하여 마구잡이로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품 판매로 어떤 문제가 시장에서 야기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하지 않고, 수수료 수익에만 관심을 집중하다 보니 본사·지점 차원의 과도한 마케팅을 조장했고 오늘의 사태를 발생시켰다"고 비판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한 DLF에 투자한 고객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사진=연합뉴스

◆ 금감원, 분쟁 조정 나서...투자자는 분통

금융감독당국도 사태 수습을 위해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번주 중 문제가 된 DLS(파생결합증권)와 DLF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검사에 돌입한다. 또한 해당 상품으로 인한 분쟁조정 절차를 곧 시작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9월 중으로 DLS·DLF 상품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을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안건에 올릴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관련 상품이 이미 중도 해지돼 손실이 확정된 사안에 대한 것으로, 대략 3건 정도가 논의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미 해당 안건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조사를 마쳤으며, 이 중 1건은 외부 법률자문 의뢰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금감원의 법률자문은 분조위 회부 직전에 진행된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과정을 통해 해당 상품 판매의 적정성, 적합성, 부당권유 등 3가지 쟁점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판매의 적정성은 고객 연령과 수입원, 금융지식과 투자목적 등에 대한 부분이다. 적합성은 적정성을 바탕으로 산출된 고객 수준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했는지에 대한 기준이다. 부당권유는 이율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등 판매 과정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다.

분조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금융사의 투자 고객에 대한 배상 또는 보상 규모다. 과거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경우 은행이 최대 70% 배상책임을 졌던 사례가 있다. 반면 투자자들의 투자 경험과 기간 등을 감안해 배상책임 비율이 낮아진 사례도 있어 판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DLF 투자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상품 가입시 원금손실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손해 가능성에 대해 PB(프라이빗뱅커)에게 물었지만 '나 못 믿냐. 내가 그런 상품을 왜 권하겠느냐'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