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DLF 사태로 수천억원대 손실 위기에 처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비판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최근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이 수천억원대 손실 위기에 놓인 가운데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비판받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연계 DLF는 상품의 기초자산이나 손익구조는 제각각 다르다. 하지만 ‘옵션 매도’ 성격의 상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옵션이란 사전에 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상품이나 유가증권 등의 특정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여기서 옵션은 파생금융상품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프리미엄)에 매수·매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옵션거래는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위험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개인의 옵션 매도 거래에 진입 문턱을 높게 두고 있다. 이유는 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성을 그만큼 크게 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장내 옵션거래 시 의무교육 20시간 및 모의거래 50시간을 이수하고 기본예탁금 3000만원을 거래소에 맡겨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면 개인투자자는 ‘1단계’ 거래 자격을 부여받고 옵션 매수 거래를 할 수 있다.

옵션 매도 거래가 가능한 ‘2단계’ 자격은 1단계 거래 경험을 기본자격으로 갖추면서 파생상품 거래계좌를 개설한 지 1년이 경과해야 취득할 수 있다. 의무교육 10시간을 추가로 받고 기본예탁금 2000만원도 추가 예치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아예 '위험경고' 규제장벽을 치고 개인의 시장 진입이 어렵도록 막아버린 것은 금융 지식이 풍부한 직접 투자자도 투기적 성향을 가진 옵션 매도 거래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옵션 매도 거래가 은행 창구에서 금융상품으로 팔릴 때 이런 진입장벽은 없다.

금융지식이 없는 금융소비자도 유의사항 관련 확인서류 등에 자필 서명 몇 차례만 하면 옵션 매도 거래를 한 것과 마찬가지인 파생결합상품 에 가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판매 직원도 기초자산이 안전자산인 국채인 점을 내세워 해당 파생결합상품도 마치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호도해 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금리 연계 DLF의 경우에도 독일 국채가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워 직원이 가입을 유도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수익률이 연 4%에 불과해 '고수익'과는 거리가 먼 이 상품은 안전하다고 기대한 소비자들이 주로 가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연계 상품의 경우 파생결합상품 중에서도 위험성이 더 큰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는 다른 자산군과 달리 하락세가 한 번 정해지면 반등 없이 방향성이 오랜 기간 지속하는 특성이 있다. 한 번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잡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적절한 규제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일부 금융회사에 ‘적절한 판매 권유’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리은행 상품의 경우 독일 국채 금리가 3월 말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고 하향세를 지속했는데도 그 이후인 4∼5월까지 판매가 집중됐다. 기존에 유사한 상품을 취급하던 다른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던 시기였다. 이 상품은 판매금액 1266억원으로 전액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소비자의 손실 가능성보다 '수수료 장사'에 치중한 금융사의 성과평가 구조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키코(KIKO) 공동대책위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DLS 사태 역시 키코 사건의 연장선"이라며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 추구를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이고 고의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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