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대중이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감독ㆍ시나리오ㆍ배우 중에 결정이 된다. 21일 개봉한 ‘간신’은 세 기준에서 배우의 비중이 가장 큰 영화다. 일단 영화에 대한 시선은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에 가까운 성애 장면에 쏠려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장면보다 전체를 아우른 배우의 힘을 더욱 느낄 것이다. ‘간신’에 이런 힘을 실어준 이는 단연 주지훈이다. 타이틀롤 간신이자 역사 속 실존인물 임숭재를 연기한 주지훈은 무르익은 연기력을 스크린에 수놓는다. 전작 ‘나는 왕이로소이다’에 이어 두 번째 사극임에도 안정적인 사극톤의 발성, 젊음을 지워버린 분장이 어색하지 않다. 연출자 민규동 감독과의 남다른 친분 때문에 ‘간신’에 출연한 주지훈에게 ‘왜’부터 물었다.

-대본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2008년에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로 시작해 수필름 작품만 네 번째다. 수필름의 노예다(웃음). 민규동 감독과는 세월이 주는 신뢰가 있는 사이다. 유명 맛집이 아니라 단골장사만 하는 식당과 같다. 민 감독님이 ‘나랑 다음 영화 같이 할래’라는 문자에 ‘네’라고 답했다. 나중에 내용을 물어보니 딱 네 글자의 문자가 왔다. ‘성인영화’라고. 원래 민 감독님이 가장 센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먼저 해 충격을 덜어주는 성격이다.”

-19금 사극에 부담은 없었나.

“재미있는 경험인 게 이미 오케이를 했기에 대본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호인의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앞서 ‘좋은 친구들’도 19금 영화였는데 욕만 해서 19금 같은 느낌이 덜했다. 이번에는 노출뿐만 아니라 대사나 권력에 대한 정치적 대립 등이 성인영화라는 느낌이었다.”

-희대의 간신으로 기록된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임숭재는 연산군을 좌지우지했던 신하였다. 채홍의 임무를 맡아 조선팔도의 미녀들을 조공해 세력을 키웠다. 간신과 충신에 대한 분류는 관점의 차이다. 임숭재의 입장에서는 채홍으로 왕을 망하게 한 게 아니라 자신이 살려는 발버둥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지훈이 해석한 임숭재는 어떤 인물인가.

“일부러 기본만 공부했다. 임숭재는 전태일과 같은 위인이 아니니까. 나약한 한 인간에 불과했다. 사극에서의 익숙한 인물은 아니었다. 겪어본 적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나쁜 일을 알지만 나약한 인간으로 어쩔 수 없이 간신이 된 게 아니었나 싶다. 내 입장에서는 간언이 아닌 충언이었다.”

-기존 사극과는 다른 점이 많다.

“대중에게 익숙한 사극은 역사를 재조명하고 아픔을 기리는 작품들이 많다. ‘간신’은 소재만 차용했을 뿐이다. 당쟁이나 전쟁 등을 다룬 작품이 아니지만 시대 배경이 옛날인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라면 재미있게 볼 것이라 생각한다.”

-촬영의 어려움은 없었나.

“내가 등장하는 장면이 128신이었다. 또 영화가 임숭재의 시선으로 그려진데다 대사로 설명하는 신이 많았다. 민 감독님이 워낙 공들여 찍어 집중해야 했다. 특히 사극 발음과 발성이 쉽지 않았다. 문어체에 발음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데 숨이 빠졌다. 사극 발성이 잘 되는 민 감독님은 그게 왜 안 되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 계속 연습하니 되긴 되더라. 하면 다 된다는 말이 맞다.

-정사신도 소화했다.

“훨씬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장면들이 많은데 야하게만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노출신이 있다고 들어 운동을 7개월을 했다. 고구마는 4개월을, 닭가슴살을 하도 먹어서 ‘닭도살자’가 된 기분이었다. 연출자가 전면에 내세울 거라 기대했는데 민 감독님이 지훈이가 열심히 했지만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가깝게 오므리며) ‘요만큼 쓸거야’ 했는데 정말 적게 나왔다.”

▲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노출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감정 잡기도 쉽지 않았겠다.

“당연히 불편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각자 연기에만 집중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임지연, 이유영은 여동생 같아 챙겨줬다. 한겨울에 얇은 치마만 입고 밥도 잘 못 먹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에 30대가 됐다.

“작년부터인가 청년같은 느낌이 없고 어른으로 보이더라. 나이를 먹으니 아빠와 똑같이 생겼다. 엄마한테 ‘엄마는 좋겠다, 젊을 때 사랑한 남자가 TV에 나와서 했더니’ 고맙다고 하시는데 순간 로맨틱한 느낌을 받았다.”

-‘간신’의 흥행을 기대한다면.

“배용준 선배가 주연한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가 19금 사극 중에 가장 많은 352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들었다. 그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한다. 예매율이 1위여서 기분이 좋다.”

-여자친구 가인의 반응은.

“연기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작품 얘기도 하며 서로 잘 지낸다.”

-SBS 수목극 ‘가면’으로 드라마에 복귀한다.

“나에게 100% 맞는 느낌은 아닌데 애누님(수애)가 한다고 하니 신뢰가 갔다. 통속적인 멜로 장르지만 위트를 가미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소속사의 수장인 배용준이 박수진과 결혼한다.

“축하드립니다, 형님!”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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