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파생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논란, 해결책 없나?
반복되는 파생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논란, 해결책 없나?
  • 김동호 기자
  • 승인 2019.08.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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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KEB하나은행 DLF 불완전판매 논란...국회 및 금융당국 제역할 못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금리연계 DLF를 불완전판매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금리연계 DLF를 불완전판매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직원이 체크해 준 곳마다 사인(서명)을 했다. 원금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만약 원금손실 이야기를 들었다면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하며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는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한 한 투자자의 말이다. 투자자의 말만 들으면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의심된다.

하지만 이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이나 법원재판에 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DLF 가입 서류엔 고객의 자필서명이 있고, 상품의 위험성이나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고지를 받았다는 항목도 명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이나 고객 중 어느 한쪽이 100% 잘못했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양측의 잘못이 어느 정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은행들의 사기 판매로 인해 DLF 사태가 발생했다며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사들이 불완전판매를 지속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금융사와 고객(투자자)의 이익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은 자신이 투자한 상품이 수익을 내야만 비로소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금융사는 자신들이 판매한 상품의 수익과는 무관하게 수수료 이익을 챙긴다. 고객이 투자손실을 봐도 금융사는 무조건 수익을 내는 셈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해 문제가 된 DLF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은행 내부에 배포된 독일국채금리 연계 DLF 상품설명서엔 선취수수료가 1%라는 내용이 표시돼있다.

DLF라는 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직원과 이 상품에 투자하는 고객들의 상품 이해도 부족 역시 문제다. 복잡한 파생상품에 연계된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은행원의 고유업무와는 거리가 있다. 지점 내에 PB(프라이빗뱅커)가 있고, 일반 행원에 대한 주기적인 상품교육이 있다고 하지만 불완전판매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DLF 설명서엔 올 4분기 경기반등을 예상하며 실질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해 상품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원금손실 가능성은 0%이고, 만기상환 확률은 100%라고 안내하고 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직원들이 상품구조와 위험성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 지점마다 달성해야 할 비이자수익 핵심성과지표(KPI)가 있기 때문에 지점 직원들은 같은 금액이라도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판매하려고 한다"면서 "이번 DLF 사태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DLF 같은 상품은 시장의 방향성이 투자 포지션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품"이라며 "이런 초고위험 상품은 투자 경험이 많은 전문투자가들의 영역"이라고 했다.

이런 상품을 상대적으로 금융지식이 적은 은행 고객들에게 대거 판매했으니 문제가 안 생길리 없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은행 직원이 시키는대로 그저 서류에 서명하고 상품을 가입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은행에서 DLF에 가입한 한 고객은 "지점에 찾아가 DLF 상품 가입 약정서류 사본을 챙겨 읽었다"며 "직원이 시키는 항목에 체크하고, 불러주는 대로 적었을 뿐인데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생상품이 뭔지도 모른 채 은행을 믿고 서명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며 ”최근 손실이 커짐에 따라 관련 공부를 하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우리, 하나은행이 판매한 금리연계 DLF 상품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사진제공=DLF피해자모임
DLF 상품 설명서/사진제공=DLF피해자모임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고객들이 은행 등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 힘들고 관련 규제나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회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비롯해 징벌적 손해배상, 불완전판매 규제 강화,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다수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소비자 보호가 미진한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의무적으로 맡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일부 개정키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 내 소비자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모범규준 개정은 그 후속조치다.

하지만 이번 DLF 사태를 보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얼마나 소비자 보호에 나설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안건들을 오는 9월 분쟁조정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