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공유 서비스 베스트 구현 화면.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최근 제작자들이 팬들과 저작권을 나눠 갖는 '저작권 공유'가 K팝 계에서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저작권 공유'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저작권을 함께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노래를 즐기는 것을 넘는 적극적인 소비 행태다. 소비자들은 저작권 공유를 통해 좋아하는 스타와 관여도를 높이고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뮤지션의 입장에선 팬들의 자발적인 홍보로 노래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 팬에서 저작권자로… 저작권 공유

저작권 공유란 뮤지션이 내놓은 음원의 저작권을 옥션을 통해 낙찰받아 해당 노래의 저작권을 공동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노래 등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면 그 노래가 발생시킨 수익 일부를 지급받게 되는데, 옥션을 통해 저작권을 낙찰받은 이들 역시 저작권 공동체의 일원으로 매 월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

주식 투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팬들은 좋아하는 음악 저작권이 경매에 나오면 입찰해 이를 따낸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이 저작권을 공유한 음악을 가지고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베스트 CI.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저작권 공유 플랫폼을 만든 건 베스트다. 지난 2016년 설립됐으며 정식으로 서비스를 론칭한 건 지난 해 9월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에 거점을 두고 있다. 베스트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구현돼 스마트폰 유저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 5월 베스트는 비욘세의 '아이 빈 온'을 저작권 경매에 내놨다. 이용자들은 이 노래의 저작권을 얻기 위해 5달러부터 1만 달러까지 다양한 금액을 내놨고, 금방 목표 금액이었던 5만 달러(한화 약 6000만 원)가 달성됐다. 위켄드의 '캔트 필 마이 페이스'의 경우 저작권 옥션에 나온 지 12시간  여 만에 2만 달러(한화 약 2400만 원)를 끌어모았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이 이렇게 단 시간에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저작권 공유 시장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이후 존 레전드, 크리스 브라운, 제이지 등 여러 유명 아티스트들도 저작권 공유에 참여했다.

■ 다양한 음악 소비 촉진하고 수익 선순환

베스트 코리아는 지난 달 11일 한국에서도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K팝에서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본 것으로 점쳐진다. 베스트는 론칭 이래 iOS 및 안드로이드에서 7만 여 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고, 이용자들은 평균 4.5곡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저작권 공유를 위해 평균적으로 지불한 금액은 110달러(한화 약 13만2000원) 가량이다.

베스트 코리아에서는 론칭 후 지난 달 25일 팝 밴드 마룬파이브의 '원 모어 나이트'에 대한 저작권 공유를 진행했다. 아직 베타 서비스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원 모어 나이트' 저작권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 2분 여 만에 매진됐다.

뮤지코인에서 저작권 공유를 한 곡들.

국내에도 매 주 세 곡의 저작권료 옥션을 소개하는 뮤지코인이란 서비스가 있다. 출시 이래 비투비의 '내 곁에 서 있어줘', 정은지의 '하늘바라기', 에이핑크 '내가 설렐 수 있게', 아이유 '여자라서', 에일리 '노래가 늘었어' 등 많은 K팝 스타들의 음원에 대해 저작권 공유를 진행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적재산권자들의 콘텐츠를 팬과 대중에게 제공하는 '저작권 공유'를 통해 아티스트들은 스트리밍, 다운로드 횟수를 높이고 인기 곡의 탄생 뒤에 있는 작곡가, 작사가들의 숨은 노력을 조금이나마 음악 팬들과 나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을 공유한 일반 유저들의 자발적인 홍보 활동으로 매출 신장도 이룰 수 있다. 뮤지코인은 이 같은 서비스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작곡가, 작사가들과 대중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뮤지코인 행사에 참여했던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

다른 한편으로 유저들은 자신이 저작권 일부를 가진 곡들의 매출을 올림으로써 매 월 발생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평소에 관심이 있던 아티스트와 관여도도 높일 수 있다. 가요 관계자는 "기존 차트 위주의 음악 시장에서는 새로 나온 곡 등 일부 음악들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저작권 공유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다양한 음악이 확산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베스트 코리아, 뮤지코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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