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리 예측 빗나갈 수 있지만 안이한 상품설계는 문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를 발행한 증권사들도 DLS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사진=각사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독일 국채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에 들어간 투자자들의 원금이 대부분 손실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각에선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의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 연계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가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급격한 국채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고 다소 안이하게 상품을 설계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S 상품의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이다. 이 중 문제가 되고 있는 독일 국채금리 연계 상품이 1266억원에 달한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예상되는 손실규모만 1204억원으로 평균 평가손실률은 약 95%가 된다.

해당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다. 금감원은 금리연계형 DLS 등 파생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대한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DLS와 DLF 상품은 과거 데이터에 근거해 손실 가능성이 0%이며, 만기시 100%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이를 감안하면 해당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들은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상품들은 설계하기에 따라 충분히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이번 사태의 초점은 무리한 상품 판매로 고객들의 목돈을 잃게 만든 은행에 맞춰져 있지만 상품을 설계하고 발행한 증권사들도 세밀하게 상품을 만들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DLS를 폭탄에 빗대며 “숙련도가 떨어지는 어린아이에게 폭탄을 판 것은 은행이지만 그 폭탄을 만들어낸 증권사도 무겁게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들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금리를 기습적으로 내린 탓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해명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의 금리 인하 추세는 10년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평소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독일 국채 금리가 기습적으로 인하된 것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DLS 상품을 설계하고 발행한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해당 상품도 현재까지 발행된 상품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와 유안타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 발행한 DLS는 앞서 세 증권사에서 발행한 상품과 달리 오히려 수익구간에 진입해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유안타증권이 발행한 해외금리 연계 DLS의 판매잔액은 각각 13억원, 50억원이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미국 이자율스왑(CMS) 금리다. ‘스탭업’ 구조로 금리가 일정수준 이하일 때 수익을 지급해 금리가 급등하지 않을 경우 수익이 나는 구조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해외법인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상품을 설계했다”며 “역으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수익이 나도록 설계한 것이 운 좋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상품을 설계하고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역량은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기둔화 등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손실 폭을 제한하지 않고 전액 손실이 가능한 상품을 출시한 것은 증권사들의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DLS 사태는 증권사가 시장의 변동성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고 다소 안일한 배리어(원금 손실 기준선)를 설정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나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상품을 설계하고 발행한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위험성이 큰 상품을 설계하면서 시장의 방향성과 타이밍을 좀 더 정확하게 읽지 못했다는 점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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