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왼쪽)가 25일 디종과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갓의조' 황의조(27·지롱댕 보르도)가 프랑스 리그1 3경기 만에 데뷔골을 잡아냈다. 유럽 무대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환상골'을 뽑아냈다. 특히 현대 축구의 골잡이가 갖춰야 할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가로본능'이 환하게 빛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황의조는 25일(이하 한국 시각) 프랑스 부르고뉴주 디종 스타드 가스통 제라르에서 펼쳐진 2019-2020시즌 프랑스 리그1 3라운드 디종과 원정 경기에서 전반 11분 선제골을 작렬하며 팀의 2-0 승리의 주역이 됐다. 역습 찬스에서 절묘하게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든 후 멋진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5일 제노아(이탈리아)와 프리시즌 경기(보르도 2-3 패배)에서 터뜨린 골처럼 전매특허 '오른발 감아차기'로 상대 골 네트를 갈랐다.

황의조의 장점이 선제 결승골에 모두 담겼다. 코너킥 위기에서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한 그는 팀이 역습 찬스를 잡자 질풍같이 상대 진영으로 달려갔다. 빠른 스피드로 디종의 왼쪽 측면을 침투했고, 긴 패스를 절묘한 퍼스트 터치로 잡아놓으면서 수비수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이어 상대 수비수 2명이 슈팅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앞을 막자, 역으로 옆으로 드리블을 한 뒤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황의조의 발 끝을 떠난 공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센터포워드'가 가장 득점력이 높은 공격수로 평가 받았다. 센터포워드는 슈팅을 가장 하기 좋은 상대 골문 근처 가운데 자리하면서 동료의 크로스나 패스를 골로 연결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의 공격수는 과거 '센터포워드'와 자못 다른 개념으로 뛰고 플레이한다. 측면에서 꺾어 들어오는 '인사이드 커터' 형태의 윙포워드들과 함께 수시로 자리를 바꾸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20~30년 전 공격수들이 세로 움직임을 많이 했다면, 지금의 공격수들은 가로와 대각선으로 더 다양하게 움직인다.

이제 팀들의 전체적인 수비 조직이 발전하면서 세로로만 움직이는 공격수들은 좋은 슈팅 공간을 잡기 매우 어려워졌다. 이미 공간 싸움이 되어 버린 축구 그라운드에서 공격수들은 동료와 함께 유리한 곳을 만들고 또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자연스럽게 '가로본능'을 갖춘 공격수들이 '대세'를 이루게 됐다. 공격수들에게 '하드 워크'를 요구하는 전형과 전술도 더 다양화되고 있다.

사실, 공격수가 '가로본능'을 발휘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기본적으로 스피드, 기술, 슈팅력, 득점력을 모두 다 갖춰야 하고 동료와 호흡도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초반이라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황의조가 '가로본능'을 잘 발휘하면서 보르도의 공격을 이끌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유럽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잘 빛내며 '적응'이라는 글자 뒤의 물음표를 지운 황의조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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