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40여 건의 기이한 현상들을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영화다. 기존에 영화화된 적 없는 신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매끄럽지 않은 전개와 전체적으로 어우러지지 않는 톤앤매너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속 세조(박희순)는 하루하루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천하를 호령하던 그가 늙고 병든 왕이 돼버린 탓이다. 몸의 종기는 점점 심해지는데, 이대로 죽는다면 ‘조카를 죽인 왕’으로 낙인 찍힐 것이 뻔하다. 세조의 오른팔인 한명회(손현주)는 광대 패거리를 불러 백성이 하늘의 뜻이 대왕에 있음을 알게 해달라고 명령한다. 광대 패거리의 우두머리 덕호(조진웅)의 진두지휘 아래 이들은 마치 귀신이 하는 것처럼 여러 이적 현상을 일으킨다.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나무가 저절로 길을 비키고,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황색 구름이 뒤덮었고, 오대산에서 몸을 씻으니 세조의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미담이 대표적이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리뷰./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 미담의 주축에는 광대들이 있었다는 게 영화의 요점이다. 특히 이 같은 미담을 구현하는 데 있어 감독의 상상이 구현되는데 비주얼적으로 충분한 재미를 준다.

영화에는 ‘말의 힘’ ‘가짜 뉴스의 폐해’ 등 허를 찌르는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지는 소문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다. 말 한 마디로 천하의 악인이 될 수도, 의인이 될 수도 있다.

미담, 즉 가짜뉴스를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선 세조와 한명회의 모습은 묘하게 현 시국과도 맞아떨어져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코미디, 정치의 결합이 영화의 몰입도를 흐린다. 묵직한 메시지를 가볍게 풀어내려는 김주호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지만, 고르지 못한 전개와 부족한 논리가 눈에 띈다. 세조와 한명회의 갈등과 긴장감이 광대패의 코미디에 가려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 극 후반부 펼쳐지는 과한 설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덕호와 광대패가 사육신인 성삼문의 형상으로 변신(?)하며 세조를 꾸짖고 단종 왕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호통 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만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의 허술함을 메운다. 조진웅, 손현주, 박희순 등 관록의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영화의 탑을 쌓아올린다. 김민석, 김슬기의 재기발랄한 케미 역시 영화의 웃음포인트다. 러닝타임 108분. 12세 관람가. 21일 개봉.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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