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로 하반기 관련 은행 비이자수익이 줄어들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하반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DLF 등 관련 상품 가입 고객이 급감하면서 비이자수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DLF 관련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고객들에게 일정 부분 손해배상을 해주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 DLF 투자 고객의 이탈은 물론 신규고객 유치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DLF 피해자모임에 참여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고객들은 그간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주거래은행을 다른 곳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상반기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2분기 우리은행은 전분기 대비 752억원 증가한 1조 6399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으론 3조 2046억원의 수익을 올려, 전년 대비 1938억원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비이자이익은 2분기 기준 3128억원, 상반기 누적 5694억원을 차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은 펀드 및 방카슈랑스를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부문의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며 "자산관리부문 수수료이익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중점 추진한 결과 강한 성장세를 보여 하반기에도 비이자이익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2분기 이자이익(1조 3670억원)과 수수료이익(2429억원)을 합한 핵심이익이 전분기 대비 609억원 증가한 1조 6099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동기 대비 1383억원 증가한 3조 1590억원을 달성해 2015년 은행 통합 이후 분기 및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구조의 개선과 통합 시너지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DLF 사태라는 돌발악재가 터짐에 따라 이들 은행의 하반기 비이자이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자산관리부문의 수수료이익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또한 고객 이탈이 심화될 경우 장기적으론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DLF 사태로 인해 파생결합증권(DLS)는 물론 주가연계증권(ELS) 등 관련 상품의 발행과 가입이 급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DLS 발행금액은 1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 발행액(3253억원)에 비해 40%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또한 올해 주간 평균 발행금액인 406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발행 규모가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상품 가입 고객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DLF의 원금 전부손실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발행과 투자가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DLF 사태가 확산되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감했다"며 "금리연계 DLF의 원금손실 소식에 다른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들 역시 투자금 모집이 전혀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일반 고객들의 상품 문의가 뚝 끊겼다"며 "지금의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 전엔 다른 상품의 권유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따른 손배배상 비율 산정도 관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4000억원이 넘는 DLF 판매잔액을 보유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3800억원 이상의 DLF 판매잔고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사실이 입증돼 DLF 가입 고객에 대한 보상책임 비율이 높게 산정될 경우 하반기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내달 초 DLF 관련 민원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대략 40% 수준에서 보상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사가 고객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하는 등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 손해 발생시 손실액의 40% 내외로 배상 비율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 경우 우리은행은 대략 1600억원, 하나은행은 1500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앞서 2005년 우리은행이 판매했던 파생상품인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5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후 판결에서 이보다 낮은 20~40%로 배상 비율을 확정했다. 2013년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실 채권 사태 당시엔 금감원의 권고 배상 비율은 15~50% 수준에서 결정됐다. 손해를 본 투자자 중 오직 1명만이 손실액의 70%를 배상받았으며, 대다수 투자자의 배상 비율은 20~40% 사이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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