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서울드라마어워즈' 포스터.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두는 '한한령' 발발한 지 어언 3년.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은 지난 3년 여 간 국내에서 그 존재감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올해 열린 '서울드라마어워즈'에 '향밀침침신여상', '연희공략: 건륭황제의 연인', '투파창궁' 등 11개 드라마를 출품한 중국. 이는 단발성 이벤트일까 아니면 앞으로 다시 한·중이 긴밀한 문화적 교류를 맺는 시발점이 될까.

■ 조금씩 트이는 물꼬… "그래도 아직 어렵다"

28일 열리는 '제 14회 서울드라마어워즈'가 주목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중국 작품 출품이다. 이번 어워즈에는 모두 61개국 270개 작품이 출품됐는데, 중국은 여기서 11개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는 8편을 출품한 대만이나 4편을 내놓은 일본보다도 많은 수치다. 어워즈에 가장 많은 작품을 낸 국가가 한국(16편)과 독일(16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5월 작품 출품 소식을 알린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월엔 상하이 상하이전시센터에서 열린 '상하이TV페스티벌'에 '서울드라마어워즈' 조직 위원회를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4년 연속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배우 유동근은 어워즈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약 3년 만에 중국 드라마가 출품, 참여하게 됐다. 자랑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이 반가운 손님이란 뜻이다.

이 같은 중국의 변화는 조금씩 한·중 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 가요계에서도 한한령 발발 이후 중국 내 활동에 집중했던 많은 아이돌 그룹 내 중화권 멤버들도 속속 국내 활동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활동을 제재하는 방식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 출신 스타들과 일을 같이 했다는 그는 "한한령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현지 매니지먼트에 공문이 내려왔다. 한국에서 활동할 경우 추후 중국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그런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더라고 중화권 스타들이 한국보다는 중국 본토에서의 활동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출연료 등 돈 문제냐"는 질문엔 "한국에서 이름만 대충 알린 스타라도 중국에 가면 대우가 달라진다. 출연료가 10배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서 중화권 스타들끼리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 명이 본토(중국)로 돌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다른 이들에게도 현지 활동을 더 하라고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서로 팀이 다르더라도 중화권 스타들 사이에는 끈끈한 뭔가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니지먼트와 송사에 휘말린 제시카.

■ 현지화 전략으로 돌파구

중국 활동이 특히 어려운 건 현지 매니지먼트 시스템 적응이다. 중국은 현지에서 사업체를 꾸리고 있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가 상당한 나라다. 또 시스템이 갖춰지면 큰 일 없이는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한국 매니지먼트 업계와 달리 중국에서는 돌발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그만큼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국내 기획사들에서는 중국 법인을 꾸리는 것보다는 현지 매니지먼트사와 협업해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 최근 중국 내에서 연예 활동을 대리해왔던 해령신배해윤연예경기유한공사와 귀주신배전매유한공사로부터 소송을 당해 20억 원을 지급해야 할 위기에 놓인 제시카나 중국 내 매니지먼트 업체 선정을 위해 한국 대행업체와 계약을 한 일로 소속 가수 라이관린과 의견차를 보이다 소송까지 간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사례가 그 부작용을 보여준다.

SM엔터테인먼트가 중국 현지에서 데뷔시킨 그룹 웨이션브이.
JYP엔터테인먼트가 중국 현지에서 데뷔시킨 보이스토리.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중국 현지로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문화적 장벽이 낮고 한류 콘텐츠를 오랜 시간 소비해온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최근 매니지먼트, 언론홍보, SNS 운영, 뉴미디어 콘텐츠 촬영/제작 등 중국 사업부의 여러 분야에서 일할 사원을 모집했다. 뿐만 아니라 쿤, 윈윈, 텐, 루카스, 샤오쥔, 양양, 헨드리 등 대부분 중화권 스타들로 구성된 그룹 웨이션브이를 론칭, 1월 중국에서 직접 데뷔시켰다.

JYP의 경우 중국 곳곳을 돌며 발굴한 멤버들을 국내에서 트레이닝 시켜 보이스토리란 이름으로 현지 데뷔를 시켰다. 보이스토리는 중국 최대 온라인 뮤직플랫폼에서 방영된 6부작 예능 프로그램 '보이스토리 슈퍼 데뷔'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현지 최대 규모의 스마트 전자제품 제조사 샤오미 계열사의 스마트 워치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등 중국 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서울드라마어워즈 제공, OSEN,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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