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진희 /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배우 지진희가 장르물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진희는 최근 종영한 tvN 월화극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으로 분했다. 박무진은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들이 모여있는 국회의사당에 테러가 발생하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오르게 된 인물. 초반엔 부담감에 못 이겨 벌벌 떨고 구토까지 하지만, 한반도 전쟁 위기와 총격 테러 등 시련을 겪으며 진정한 국가 지도자로 성장한다. 지진희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캐릭터 소화력으로 박무진에 녹아들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SBS '끝에서 두 번째 사랑', JTBC '미스티' 등을 거치며 '멜로 장인'으로 불리던 그는 이제 장르물까지 소화 가능한 '만능' 연기파 배우다. 그는 앞으로도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지진희는 "저의 어떤 다른 점을 봤다면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거기에 어울리는 제안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무진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였다.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면 인물이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 '나는 이럴 텐데, 과연 박무진은 어떻게 할까'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됐다. 박무진은 합리적이고, 데이터를 믿고 가는 사람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내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원칙을 따지는 모습이 답답하진 않았나.
"오히려 그런 점이 저와 비슷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법이 이렇게 있는데 왜 안 되는 거죠?'라는 생각이 비슷했다. 사실 스포츠가 재미있는 게 규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규칙 안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했을 때 '오 대단하다', '오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규칙을 지켜야 제대로 굴러간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배우 지진희 / 임민환 기자

-열린 결말이었다. 대통령 출마 권유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끝났다.
"배우들이 저마다의 엔딩을 생각하고 있었다. 저 역시 그랬다. 초반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권한대행 박무진입니다'라고 인사했다면, 마지막엔 '대한민국 대통령 박무진'이라고 하면 멋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작가님이 만든 결말도 매력적이었다. 열린 결말로 끝나니까 '나중에 새로운 게 만들어질까'라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시즌 2는 우리들의 기대일 뿐이고, 제작상황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웃음)"
 
-원작에 대한 리메이크가 잘 이루어진 것 같나.
"원작 미드를 봤는데 현지화 시키기가 굉장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뉘앙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또 미국과 우리나라는 법이 다르지 않나. 원작에선 주인공이 '지정생존자'로서 바로 대통령이 돼 카리스마 있게 진두지휘하지만, 우리나라는 60일이라는 제한이 있다. 그리고 박무진은 본인 의지가 아닌 주변에 떠밀려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결국 원작 내용을 하나만 바꾸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손을 대야 했다. 그걸 작가님이 해내시더라. 대본을 한 부 한 부 받을 때마다 마음에 들어서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리고 싶었는데 혹시나 제가 신경 쓰일까 봐 참았다. 그리고 마지막 회 대본을 받고 나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드라마를 통해 '지진희 수트핏'이 화제가 됐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편인가.
"자기 관리는 나와의 약속이다. 이번 박무진을 연기하면서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예전에 어느 대통령의 임기 전·후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엄청난 압박을 이겨내고 온 그분의 모습이 폭삭 늙어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알 수 없는 과정이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박무진을 연기하면서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이미지라고 생각해 촬영하면서 계속 살을 뺐다. 한 나라를 책임지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를 이미지 변화로 보여주려고 했다. 전에 입던 바지에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살을 빼고 나니 결과물도 좋았다. 박무진의 초반 모습과 마지막 모습이 정말 달랐다. 피부도 까맣고, 전보다 말라 보여 잘 뺐다 싶었다."
 

배우 지진희 / 임민환 기자

-그동안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이 더 깊었을 것 같다.
"장르에 대한 배고픔은 항상 있다.(웃음) 예전엔 공중파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채널도 많고 장르도 다양하다. 그런 부분에서 기대를 갖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60일, 지정생존자'를 만나 장르물에 도전하게 됐고, 정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6%대로 잘 나와 감사하다. 사실 멜로는 배우들끼리도 얘기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 장르다. 10대, 20대, 30대, 40대 각 나이대에 맞는 사랑이 있다. 그 나이에서만 공감하는 감정이 있다. 내 나이에 맞는 멜로를 한다면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볼 테니까 멜로는 항상 옆에 두고 싶다."
 
-배우 생활만 20년이 넘었다. 슬럼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다행히 크고 힘든 슬럼프는 연기하기 전에 겪은 것 같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문제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지만, 만약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게 더 나아'라고 받아들이면 극복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엔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풀었는데 그게 또 다른 고통을 낳더라.(웃음) 취미를 하나씩 갖다보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스트레스를 좀 더 현명하게 풀어나가려고 한다. 또 늘 후배들한테 '떴을 때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뜬 만큼 떨어지면 즉사다'라고 이야길 한다. 떨어져도 '찰과상' 정도인,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위치를 유지하려고 한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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