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피해자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 데 힘쓸 것"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겠다"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아름 기자]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와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의 대표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에 출석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알고 있는 지 여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피해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9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진행했다.

자리에는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와 김 철 SK케미칼 대표, 이영순 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 유통에 관한 질의에 앞서 피해자 모두 진술이 이어졌다.

피해자 대표로 나선 박혜정 씨는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오로지 한국에서만 발생한 한국판 아우슈비츠 대학살이다"라며 "SK는 가습기살균제 독극물을 세정제로 유통해 마치 안전한 제품인양 국민을 세뇌했고, 지금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라고 강하게 되짚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인 김정백 씨 역시 "애경이 출시한 제품에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제품’이란 표기를 믿고 구입 했는데 막내가 죽었다"라며 "애경그룹은 우선적으로 사망자에게 그리고 중증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의 따가운 질타가 이어지자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와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최 전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에 피해를 입고 고통 당하신 피해자분들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라면서 "SK케미칼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송구스러운 상황이며 이번 청문회에서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채 부회장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게 대응하겠다. 사회적 책임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는 저희(애경산업) 쪽에 있고 열심히 노력해 피해자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데 힘쓸 것이다"라고 사과했다. "보상문제도 적극적으로 해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보이도록 하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역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앞으로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풀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으며 진행하다 멈춘 보상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소통해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풀겠다"고 말했다.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채동석 애경산업대표이사 부회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공식 사과는 하면서도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여부를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모른다"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청문회에서는 SK케미칼과 애경 산업의 대응 협의 회의체 운영 의혹과 SK케미칼 가습기메이트 출시 이전 판매 의혹, 애경산업 증거인멸 의혹 등이 이어졌다.

아울러 안전 보고서 묵시, 애경산업 피해자 사찰 의혹 등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제품 제조·판매 과정과 참사 대응과정에서 있었던 의혹에 대해 질의가 계속됐다. 그러나 증인 대부분이 '모른다'라 답하며 언급을 회피했다.  

채 부회장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대응 협의체를 운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은 전혀 없다"라면서 "아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입을 다물었으며 안 전 대표 역시 "기억나는 게 없다. 재판 중이라 언급할 수 없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는 게 없다", "대표이사로 있었으나 케미칼에 대해 기억나지 않고 모른다"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 철 SK케미칼 대표이사 또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대표에게 보고되지 않는다"라며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황필규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사과가 아니다"라면서 "진실규명에 대해서 스스로 밝혀야 하며 적어도 피해자의 어느 수위까지는 책임져야 하는지 밝혀야 한다"라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최 전 대표는 "법적인 책임을 피하지 않고 방금 말씀드린 부분을 깊게 인용하도록 하겠다"라는 답을 하면서도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은 (SK케미컬과 관련된) 많은 이해 관계자들도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 역시 "이제 재판이 시작됐고 법리공방을 하겠으나 저희도 그 전에 많은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지난 1993년 ㈜유공(현 SK케미칼) 바이오텍 사업팀이 가습기살균제 개발에 착수, 1994년 10월 서울대 수의학과 이영순 교수 연구팀에게 독성시험을 의뢰했다. 그러나 유공은 독성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해 판매했고 이 원료는 애경 등과 연계해 추가 상품으로 개발돼 유통됐다.

알려진 바로는 해당 제품 등은 1000만개 이상이 판매됐으며 피해자만 6509명, 사망자는 1431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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