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나, KB금융 계열사 앞세워 시장 공략 VS 신한, 우리금융 기존 신탁사 인수
하나와 KB, 신한,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부동산신탁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사진=각사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220조원 규모의 부동산 신탁 시장을 두고 4대 금융그룹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하나금융과 KB금융그룹이 각각 계열사인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을 앞세워 일찍감치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신한금융과 우리금융그룹도 올해 들어 각각 아시아신탁과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하며 부동산 신탁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금융그룹은 은행 이자수익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수익모델 확보를 위해 비이자수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성장 중인 부동산 신탁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부동산 신탁시장 규모는 220조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207조원에서 13조원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부동산 신탁사가 11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은행의 신탁재산이 459조원, 증권사는 222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4대 금융그룹이 부동산 신탁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를 알만하다. 부동산 신탁시장은 은행과 증권업에 이어 금융지주사의 수익 한 부분을 담당할 만한 충분한 시장 규모를 갖췄다는 평가다.

부동산 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고객)가 부동산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하면, 신탁회사가 고객이 맡긴 신탁재산(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개발, 관리해 그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은행이 고객들에게 돈(금전)을 신탁받아 이를 운용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금전신탁과 동일한 개념이다. 차이점은 신탁대상이 금전이 아닌 부동산이란 점 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신탁이 절세의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은행을 비롯한 증권사와 보험사 등도 부동산 신탁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DLS, DLF 사태로 인해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익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신탁 사업이 금융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하나금융과 KB금융지주는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을 통해 일찌감치 부동산 신탁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현재 시장 내 3, 4위를 다투며 최상위권 진입을 시도 중이다. 현재 부동산 신탁 시장 내 1, 2위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이 차지하고 있다.

하나자산신탁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시장을 선도하는 종합부동산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동산부문 수익비중을 확대하고 전문역량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하나금융그룹 내 부동산 토탈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하나금융은 이 외에도 KEB하나은행을 통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업인 카사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계약 시스템을 마련해 신탁사가 발행한 부동산신탁 수익증권을 전자증서 형태로 유통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 역시 100% 자회사인 KB부동산신탁을 통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기본적인 토지신탁과 담보신탁은 물론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신탁, 분양관리, 도시정비사업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그룹은 기존에 영업 중인 신탁사를 인수하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지난 5월 아시아신탁을 인수, 15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시아신탁은 국내 10위권의 부동산 신탁사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2분기부터 아시아신탁의 60% 지분 손익이 연결손익에 포함됐다"며 "비이자 중심의 균형 성장 전략 추진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존에 신한리츠운용, 그룹 GIB(그룹&글로벌투자금융)사업부문 등과 협업을 더욱 확장해 개발과 임대, 상품화 등에 이르는 부동산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원패키지 상품과 종합 부동산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7월 국제자산신탁 인수와 함께 종합 부동산금융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국제자산신탁은 2007년 후발주자로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으며 현재 시장 내 8위권 업체다.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신탁에 대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입형 토지신탁의 비중이 매우 낮아 만약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사업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내 보유자산과 고객기반, 영업채널, 자금력, 브랜드 인지도 등을 활용해 부동산 개발, 대출, 자문, 투자상품화 등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 여러 계열사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부동산개발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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