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은정(금호중앙여고)이 26일 경기 안산시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열린 BC카드ㆍ한경 레이디스컵 마지막날 5번홀에서 아이언 티샷을 하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선수 출신 부모님이 있었기에 나도 있다.”

지난 26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BC카드ㆍ한경 레이디스컵에서 18번홀의 뼈아픈 실수로 품 안에 들어왔던 우승컵을 날려버린 성은정(17ㆍ금호중앙여고)은 키 175㎝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닌 한국 여자골프 차세대 유망주다. 초청선수였던 그는 대회 기간 내내 국내 최고 장타자 박성현(23ㆍ넵스)을 능가하는 270~280야드의 장타를 앞세워 17번홀까지 선두를 질주했다.

그의 탁월한 운동능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성은정의 아버지는 전남대학교에서 농구 선수로 뛰었고 어머니 역시 농구를 했다. 그는 스포츠인의 DNA를 부모 모두로부터 물려받아 기본 골격이 좋고, 유연성과 멘탈 또한 뛰어나다. 성은정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오지현(20ㆍKB금융그룹) 역시 스포츠인 DNA가 몸에 흐른다. 그는 철인3종 경기 울산지역 대표를 지낸 아버지로부터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이어받았다.

스포츠 세계엔 운동 선수 출신 부모의 재능과 열정을 물려 받아 맹활약 하는 선수들이 있다. 특히 최근 KLPGA 투어에서는 부모의 스포츠인 DNA를 물려받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LPGA에서 대표적인 스포츠인 가족은 조윤지(25ㆍNH투자증권)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을 지낸 조창수씨와 프로배구 GS칼텍스 감독을 역임한 조혜정씨가 조윤지의 부모다. 올 시즌 4승을 거두면서 KLPGA 대세 골퍼로 자리잡은 박성현 역시 스포츠인 DNA를 물려받았다. 그는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태권도 공인3단의 선수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박성현은 태권도를 했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강한 골반과 허리 힘이 장타의 근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모로부터 뛰어난 운동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올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성원(23ㆍ금성침대)도 육상ㆍ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하는 운동마다 두각을 나타냈다. 어머니가 하키 선수 출신인 이효린(19ㆍ미래에셋)과 아버지가 골프선수 출신인 권지람(22ㆍ롯데)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호시탐탐 우승을 노리고 있다.

KLPGA를 거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선수들도 있다. 김세영(23ㆍ미래에셋)과 양희영(27ㆍPNS),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운동선수 출신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세영은 태권도 관장을 지낸 아버지로부터, 양희영은 카누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와 서울 아시안게임 창던지기 동메달 리스트인 어머니로부터, 전인지 역시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각각 재능을 물려받아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DNA’ 대물림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부모로부터 받은 재능 외에 운동선수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부모의 배려 때문이다. 운동선수 출신 부모들은 승리는 때가 돼야 오는 것임을 자신의 선수생활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에 승리를 재촉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운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조윤지는 “부모님이 운동선수 출신이라 평소에도 내 마음을 잘 이해하고 독려해준다”며“부모님이 대회 성적에 대해 스트레스나 중압감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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