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 부회장,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해야” 각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산사업장 방문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상고심을 앞두고 선고 이후의 시나리오를 점검하며 경영현안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단적으로 삼성그룹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가 본격 시행되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 상고심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 해소냐 또다시 대형악재냐의 갈림길에 놓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내일(29일)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사업지원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가 확정되는 경우와 파기 환송으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를 가정해 이후 대응방안 모색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대법원 선고에 이 부회장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직접 메시지는 없지만 판결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가 입장문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위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최근의 위기극복을 위한 현장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발표에 곧바로 일본 현지를 찾아 소재 확보에 주력했던 모습처럼 국내에서도 법적 결과에 상관없이 현장챙기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강조하며 '새로운 삼성'을 위한 중장기 미래비전을 제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앞서 이달 초 사장단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한 것은 임직원들뿐 아니라 스스로도 다짐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비롯해 전자 계열사 사장단과 긴급 전략회의를 한 데 이어 6일 삼성전자 온양·천안사업장(반도체 검사·패키징), 9일 평택사업장(메모리반도체), 20일 광주사업장(가전)을 잇따라 방문했고 26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점검했다. 위기에서도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한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반영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따른 소재산업 위기론이 잦아들때까지는 잇따라 현장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내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도 항소심(2심)집행유예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대체로 보는 분위기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국정농단 최종 사법 판단

내일(29일) 내려지는 상고심 판결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최종적 사법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공소사실에 대한 마지막 판단이 될 뿐 아니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도 가른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이 부회장만 집행유예로 구속상태서 풀려났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 오간 뇌물액이 80억원이라고 봤지만,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36억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하면서 세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 엇갈린 2심 판결을 받아 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종 인정한 뇌물 액수에 따라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구속되거나, 아니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마치는 상반된 결과를 맞게 된다.

핵심쟁점은 말구입 뇌물해당 여부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해 말 구입액 34억원이 뇌물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2심 재판부도 말 구입액 전부가 뇌물액이라고 봤다.

반면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말을 실질적으로 소유한다는 인식은 했지만, 형식적인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말 구입액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말 사용료'가 뇌물액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은 코어스포츠에 제공한 승마 지원 관련 용역비 36억원만 인정됐다. 횡령액도 1심이 인정한 80억원(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액 16억원 포함)에서 절반가량 줄어든 36억원이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중 법정형이 가장 낮은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이 틀렸다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최소 70억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렇게 되면 법정형 하한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고, 법원이 형 감경을 하지 않는 한 집행유예는 선고될 수 없다. 1심 선고처럼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아 에어컨 출하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미래위한 차질없는 투자에 매진

이 부회장은 하반기 경영전략을 재점검하면서 어떤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잇따른 위기에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대응으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오는 9월 개최하는 ‘삼성 파운드리포럼(SFF) 2019 재팬’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일본이 수출규제로 삼성을 압박하지만 일본의 중심인 도쿄에서 행사를 펼쳐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신기술을 채택한 전략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양산에 돌입한 7나노 EUV 공정과 업계 최초로 개발한 5나노 EUV 공정 등 최신 초미세 공정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사업부를 총괄하는 정은승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지 업체들과 직접 소통에 나설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수출규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우호적 관계를 요청하며 손을 내밀고 있어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삼성측의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10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대외여건 악화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갤럭시 모델이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동시에 실제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대표적 예다. 지난 9일부터 사전판매에 돌입한 갤럭시노트10은 사전 판매량(20일 기준)이 130만대를 돌파했다. 가격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전작인 갤노트9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 같은 흐름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의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대법원 선고와 관계없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사업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현장 행보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며 “삼성입장에서는 이른바 ‘국정농단’에 이재용 부회장이 얽혀 있어 제대로 된 글로벌 경영을 펼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로 ‘족쇄’가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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