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사기 전화 실시간 차단 AI 앱 개발...TFT 꾸려 고도화 금융사기 대응
추석을 앞두고 은행과 정부기관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스경제 김동호 기자] "고객님께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신용보증 대상자로, KB국민행복 신용대출 신청접수 가능하십니다."

개인들의 현금수요가 높아지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은행과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정부 정책자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등 실제로 있는 금융상품을 가장해 피해자들을 속여 금전을 갈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최근 발표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사칭한 대출사기 시도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기관과 시중은행을 사칭해 대출전환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보낸 후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거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금융사기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은 보이스피싱 사례와 예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AI(인공지능) 기술 활용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예방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이다. 이는 1년전에 비해 83% 가량 급증한 수준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액 집계 이후 최고 금액이다. 피해자 수도 4만8743명에 달했으며 모든 연령대에 걸쳐 매일 평균 134명, 12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권과 금감원이 공동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왔지만, 보이스피싱 사기수법과 정책대응은 마치 창과 방패와도 같다"며 "작년말부터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보이스피싱 방지 종합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 8개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한 상호협력 체계를 확대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한국정보화진흥원 및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AI 기술을 활용해 금융사기 전화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AI 앱을 공동 개발하고,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이 앱을 설치할 경우 고객의 통화 내용을 실시간 분석하고 보이스피싱 사기 확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사용자에게 경고 음성 및 진동 알림을 제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4개월 간의 시범 운영을 통해 약 30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에 방지했다"며 "전화번호 정보뿐 아니라 통화 중 주요 단어나 상대방의 대화 패턴, 문맥 등을 파악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인지하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준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24명으로 구성된 '금융사기 대응팀'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 16일엔 '전행적 소비자보호 강화 및 대포통장 감축 태스크포스(TFT)'를 가동했다. 이 TFT엔 더욱 고도화되는 금융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KB국민은행 내 IT 관련 인력이 대거 합류했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 AI 적용 등 최신 IT 기술을 활용해 종합적인 보이스피싱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 등 고객의 피해가 증가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전 금융권에서 체계적으로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권 전체를 선도하는 소비자보호 방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은행 사칭 보이스피싱 문자에 대해 "은행에서 먼저 고객에게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보내는 일은 결코 없다"며 "그런 문자를 받았다면 보이스피싱 사기를 위한 문자일 가능성이 크니 은행 지점이나 고객센터로 꼭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은행은 자사의 모바일뱅킹 앱에 악성 앱을 탐지하는 솔루션을 직접 탑재했다.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칭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만약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악성 앱을 금융사의 앱으로 오인하고 모바일폰에 설치하게 되면 보이스피싱 일당이 고객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가로채거나 휴대폰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금융기관이나 은행에 문의 혹은 신고 전화를 해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전화가 연결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악성 앱 탐지 서비스는 모바일뱅킹 앱을 열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방식"이라며 "금융권 최초로 보이스피싱 일당의 악성 앱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등을 탐지해 고객에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신고, 접수되는 정보를 금감원과 공유하면서 보이스피싱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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