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여덟 번째 순서로 디즈니+ 출시로 크게 변화하게 될 국내 OTT 시장을 전망해봅니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플러스.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오버 더 톱) 서비스. 지상파 3사와 종편 콘텐츠들을 두루 제공해 인기가 높은 푹, CJ ENM 계열의 채널 콘텐츠들에 특화된 티빙, 다양한 영화 라인업을 갖춘 왓챠 등 국내 서비스들을 비롯해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서비스들도 국내에 들어온 상태다.

대부분 이 같은 OTT 서비스들은 회원가입을 한 뒤 자신이 원하는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곧 유료 회원수가 OTT의 파워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1년, 2년 단위로 계약하는 케이블 서비스와 달리 OTT는 매 달 구독 정보를 변경할 수 있으므로 이탈이 빠르다. '겨울왕국' 등 많은 애니메이션과 '어벤져스'를 중심으로 한 마블 영화까지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을 갖춘 디즈니가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OTT 지형도에도 큰 변화가 생기리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 "더 이상 볼 게 없다"… 넷플릭스, 역성장

2016년 처음 국내에 론칭했을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는 뜨거운 감자였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넷플릭스 이용법',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등의 콘텐츠가 유튜브 등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넷플릭스는 미국 ABC의 인기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와 NBC의 '프렌즈' 등 굵직한 콘텐츠들을 차근차근 추가하며 이용자들을 유혹했다.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킹덤'과 같은 한국의 오리지널 시리즈들도 제작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온라인 공간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더 볼 게 없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다른 OTT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이 같은 반응은 더 크다. 예를 들어 왓챠는 고전 영화를 비롯해 5만 여 편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4000여 편인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옥수수와 티빙, 푹 등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면 지상파 채널의 콘텐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넷플릭스에 실망할 수 있다. 또 앞선 OTT 서비스들에서는 즐길 수 있는 실시간 방송을 넷플릭스에서는 이용할 수 없으니 이 점도 아쉬울 수 있다.

4년에 걸쳐 제작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 사진.

넷플릭스는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와 스탠드업 코미디 등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는데, 특히 스탠드업 코미디의 경우 국내에서 그리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목마름이 클 수밖에 없다고 추측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달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넷플릭스는 49억2000달러(한화 약 5조789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글로벌 구독자 수는 1억5156만 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번 분기 미국의 신규 유료 구독자수가 역성장을 기록한 것. 이는 넷플릭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넷플릭스 천하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게 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미국 등 일부 지역의 요금 인상과 전 분기 대비 공개 콘텐츠 비중이 낮아 전망치를 다소 하회했지만 OTT 시장 경쟁 환경이 넷플릭스 실적에 주는 영향은 낮으며 장기적인 성장 전망치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즈니+·애플TV+·웨이브… OTT '공룡 전쟁'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넷플릭스 신규 유료 구독자수가 역성장하면서 넷플릭스에 대한 전망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하반기부터 OTT 서비스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마블, 픽사 등의 막강한 콘텐츠를 갖춘 디즈니의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이 핫이슈다.

디즈니는 이 달 열린 '2019 D23 엑스포'에서 오는 11월 12일 미국에서 론칭하는 디즈니 플러스에 포함될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 헐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쉬헐크'와 처음으로 영상화 되는 마블의 히어로 '문나이트' 시리즈, 무슬림 여성 히어로의 이야기를 담은 '미즈마블', 힐러리 더프가 복귀하는 '리지 맥과이어' 시리즈 등이 이용자들과 만난다.

지난 4월 개봉해 국내에서만 1400만 여 관객을 동원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여기에 '로키', '완다 비전', '호크아이' 등 영화 속 MCU 세계관과 연결되는 마블 히어로 시리즈는 물론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독점 제작할 예정이라 SF와 마블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디즈니 플러스는 내년께 국내에서 서비스 될 전망인데 그렇게 되면 넷플릭스의 입장은 다소 곤란해질 수 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 사이의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이후에는 넷플릭스에서 디즈니의 콘텐츠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렌즈'와 '그레이스 아나토미', '뉴 걸' 등도 계약이 끝나는대로 디즈니가 회수해간다. 또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등 마블과 넷플릭스가 합작해 제작한 시리즈의 경우 새로운 시즌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디즈니와 같은 달 애플도 OTT 서비스인 애플TV 플러스를 내놓기로 했다. 내년 애플이 애플TV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금액은 60억 달러(한화 약 7조2580억 원) 수준. 이들은 이 같은 금액을 바탕으로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등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더 모닝쇼'를 비롯해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는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토리' 등을 제작한다.

애플TV 플러스.

'반지의 제왕' 판권을 구입,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출판 업체 하퍼 콜린스, 원작 소설 작가 존 로날도 루얼 톨킨 재단 등과 함께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 제작에 나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이 결합한 국내 최대 OTT 서비스인 웨이브의 출범도 OTT 서비스계의 판도를 흔들 요인으로 보인다. 토종 OTT 서비스인 웨이브는 가격 경쟁력과 콘텐츠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이용자들을 매료시키겠다는 각오다. 웨이브를 운영할 콘텐츠연합플랫폼 이태현 대표는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2019'에서 언론사들에게 "100원짜리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50원을 투자한다면 우리(웨이브)도 50원 내지 51원을 투자하겠다. 해외 투자사보다 절대 적지 않게 공격적으로 갈 방침"이라고 밝히며 업계 1, 2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정조준했다.

2019년 현재 넷플릭스의 요금제는 한화 9500원부터 1만4500원 선이다. 디즈니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월별 요금제를 6.99달러(한화 약 8500원)에 내놓기로 했다. 훌루와 ESPN+ 등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 3종 세트는 넷플릭스 표준 가격과 같은 월 12.99달러(한화 약 1만5700원) 수준이다. 애플TV 플러스는 월 9.99달러(한화 약 1만2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용자 수와 그들이 콘텐츠 소비에 지출할 수 있는 비용은 한정돼 있는데 서비스 업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와 디즈니의 철수 소식이 전해지며 6월 말 이후 넷플릭스의 주가는 20% 이상 떨어졌다. 애플 역시 지난 해 10월 고점대비 12% 이상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제품 판매 위주에서 애플뮤직 등의 서비스 판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넷플릭스 천하였던 OTT 시장이 거대 공룡 기업들의 잇단 출사표로 '무한 경쟁'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OTT 업체들의 가격과 콘텐츠 경쟁력 올리기 싸움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제공, 디즈니 플러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IMDb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공식 포스터, 애플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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