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배우 김고은, 정해인의 멜로 연기로 일찌감치 2030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김고은과 정해인의 말랑거리는 멜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변화 속 남녀 관계를 보여준 이 영화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잔잔하다. 청춘남녀의 사랑부터 고민, 갈등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풀어낸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미수와 현우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잔잔하게 풀어놓는다. 영화에는 두 사람의 모습에 맞게 다양한 OST가 삽입돼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라디오 속 사연곡을 접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1994년 첫 방송을 시작한 KBS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영화는 우리가 살았던, 그 시절을 아름답고 슬프게 추억한다. 영화에서 그린 1990년대 초반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문명의 기술이 도입된 2000년대부터는 다소 차갑고 냉소적인 색감이 눈에 띤다.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미수와 현우는 흐르는 시간과 함께 서서히 변해간다.

‘유열의 음악앨범’ 속 미수와 현우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매번 엇갈리고, 오해가 쌓인다.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실제 연애를 보는 듯하다.

호흡이 다소 느리다. 두 남녀의 관계 역시 빠르게 진전되지 않는다. 무조건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1990년대 초반, 모든 사람이 기다림에 익숙했던 시절을 섬세하게 그리며 당시 시대를 반영한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리뷰.

호흡이 느린데다 이렇다 할 큰 사건이나 반환점이 없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극복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현우의 행동은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아니다 보니 맥이 풀리는 장면들도 수두룩하다.

영상미와 OST는 완벽하다. 유열부터 신승훈, 이소라, 루시드 폴 등 명가수들의 곡이 실렸다. 레트로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들 역시 가득하다.

두 남녀의 말랑거리는 멜로보다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여운이 깊이 남을 작품이다. 러닝타임 122분. 12세 관람가.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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