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밤 검찰관계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회장실'이라고 쓰인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송진현]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특정 그룹(롯데)을 광범위하게 수사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A그룹 ㄱ부장)

“그동안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는 그룹 핵심 컨트롤타워만 정조준 해왔습니다. 뒤에 무슨 배경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계열사들을 그렇게 샅샅이 훑을 수 있습니까?”(B그룹 ㄴ부장)

“계열사까지 그렇게 모두 수사대상에 올리고 대규모 검찰 수사인력을 투입하면 어느 기업이건 무사할 수 있겠습니까? 또 배임은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닙니까”(C그룹 ㄷ부장)

최근 기자가 만난 대기업 부장들이 검찰의 롯데 수사에 대해 평가한 내용들이다.

지난 1990년대 이후 특정 그룹에 대해 검찰이 이처럼 전방위로 수사한 적이 없었다는 반응들이다. 때문에 롯데의 검찰 수사 착수 뒤에는 단순히 기업 수사를 뛰어넘는 무슨 곡절이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표시했다.

사실 국민들 간에 회자되듯 홍만표 변호사 사건 등 검찰의 치부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롯데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한 롯데그룹 수사에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이후 롯데그룹 본사는 물론이고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등 주요 계열사를 저인망식으로 압수수색했다. 심지어 롯데제주리조트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일반 국민들까지 ‘검찰이 롯데에 왜 이러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롯데그룹은 임직원 10만여명이 종사하는 국내 5대 재벌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그룹 종사자들은 “검찰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걱정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대부분 근로의욕이 크게 꺾여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차원의 각종 투자도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 인수협상을 진행하다가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그룹이 초토화되면서 이를 전격 포기했다.

또 호텔롯데의 상장도 물건너 갔고, 호텔롯데가 인수를 추진중이던 미국 면세점 인수작업도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의 주요 계열사 핵심 관계자들은 검찰수사 개시 후 이에 대비하느라 몇 년 전 자료까지 꺼내 확인하느라 그야말로 날 밤을 새는 형국이다. 투자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질만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롯데의 위법행위가 있다면 검찰이 명명백백히 가려 엄벌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집중 수사가 거의 없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오너일가의 비자금건이 되었든 임직원의 횡령건이 되었든 확실히 털고가야 할 것이다.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이전투구식 경영권 다툼이 진행되고 있기에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썩 좋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검찰이 보다 기술적으로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세계 각국은 경기침체의 골이 몇 년째 이어지자 위축된 기업을 살리려고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경제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듯 저성장의 터널로 진입했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족’으로 전락해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지난주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로 한국경제는 더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롯데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이 한번쯤 이같은 경제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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