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속 광대패 리더 덕호와 조진웅은 꼭 닮았다. “아무리 굶어죽어도 하고 싶은 말 하고, 의미 없는 재주는 부리지 않는다”는 덕호처럼 조진웅 역시 매사 소신을 굽히지 않고 할 말은 꼭 하는 배우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광대’라 칭하는 조진웅은 영화에 대해 “우리의 이야기이고, 저의 이야기”라며 “연기를 시작할 때 가진 초심을 다시금 꺼내보게 됐다”고 말했다.

-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왜 하게 됐나.

“광대들의 이야기니까. 중간에 그런 대사가 있지 않나.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한다. 억만금을 줘도 안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바로 광대들의 초심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상업영화에서 작업을 한지 11년이 됐다. 광대들이 가진 초심을 다시 한 번 짚어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나를 염두에 두고 덕호를 쓴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와 굉장히 잘 맞았다.”

- ‘초심을 잊지 말자’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말을 하면서 다시 생각을 하게 돼서 좋다. 어렵더라도 그걸 지켜야 하는데, 어느 순간 맹해질 것 같다. 지금이 정말 광대 의식이 필요한 시기다. 이 세상 많은 광대들이 그렇게 움직여 오기도 했다. 그래서 탄압 당하기도 했지만. 민심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권력자들에게 늘 억압 받는 것 같다.”

-세조를 중심으로 한 권력자들이 ‘미담’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현 시대 사회 문제점인 ‘가짜 뉴스’ 양산을 보는 듯하다.

“사실 영화 자체가 얼핏 보면 덕호의 성장 드라마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광대들이 곧 민중을 대변하는 진정성이 담긴 작품이라고 본다. 민초들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짜 뉴스를 없애버리는 목표가 있지 않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도 우매한 시선이 많다. 사회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화법은 영화, 연극, 드라마뿐이다.”

-영화는 전반부 코미디인 듯 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해진다. 연기하며 톤 조절을 어떻게 했나.

“영화 자체가 덕호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덕호가 말보(잘못된 권력을 풍자하는 광대, 최귀화)의 진정성을 정말 몰랐을까. 말보에게 권력에 맞서지 말라고 하는 것이 정말 하지 말라는 마음에서 그랬을까 싶다.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했던 거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 길로 가게 된다. 그 진정성을 이야기해주는 게 맞다 생각했다. 진중하다는 의미보다 마땅했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할 말 다 하고, 소신 있는 극 중 캐릭터 덕호와 많이 닮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장을 잘 만들어 주신 것 같다. 감독님과 했던 리허설과 다른 장면을 우리가 만들기도 했다. 모니터를 따로 하지 않는다. 모니터를 보면 꼭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그게 마치 ‘네 연기에 만족하냐’고 물어보는 것 같이 느껴진다. 또 내 연기를 보는 게 창피하기도 하고.”

-관객들을 위해 지키고자 하는 다짐이 있나.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마음이 지쳐 있을 때 팬레터를 보면 울컥한다. 갱년기가 빨리 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솔직히 관객들 때문에 배우로서 일을 할 수 있는 거라고 본다.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현장은 좋다.”

-연기 생활 중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면.

“적당한 타협, 적당한 외압이 있을 때가 있다. 못 본 척 지나가지 말자는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화법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하기 싫은 건 죽어도 하고 싶지 않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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