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법, 원심파기하고 뇌물규모 86억원 산정... 재계 “삼성그룹 불확실성 가중 돼 안타까워”
삼성 “위기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입장문 발표
대법원 '국정농단 사건' 선고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전선의 최일선을 달리고 있는 삼선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재차 위축될 수 있는 고비에 처했다. 삼성측은 이 부회장이 사법당국의 판결과 큰 상관없이 국내외 경영활동을 담담하게 이끌 것이라고 말들 하나 재계 안팎에서는 적지않은 우려와 경계심이 나도는 것도 현실이다. 삼성은 기업 본연의 활동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기존 뇌물액수를 34억원에서 86억원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삼성이 다시 시계제로의 위기에 빠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2심에서 뇌물이 아니라고 본 정유라 말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 전 2심에서 뇌물로 판단한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원뿐만 아니라 추가로 뇌물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뇌물액수가 86억원으로 늘어나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는 29일 “2심에서 뇌물이 아니라고 본 정유라 말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같이 결정하고 뇌물공여와 횡령·범죄수익은닉·재산국외 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말 3마리 구입대금(34억1797만원)과 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될 뇌물 금액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액은 총 86억8081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에 삼성이 용역비 36억여원을 송금한 것과 관련해 재산국외도피죄는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혐의를 둘 다 유죄로 판단함에 따라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86억여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았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유지 초미관심
이에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유지여부는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어야 최저 징역 3년 선고가 가능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다만 재판부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작량감경'을 통해 형량을 낮춰주는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석방됐다. 이를 가능케 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히는데, 이 중 두 가지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혀 2심(파기환송심)을 다시 하게 됐다.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도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2심을 뒤집은 결과 중 하나다. 재판부는 "최소 비용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은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되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다.

제3자 뇌물죄 인정에 따라 2심에서 무죄로 판단 받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이 파기환송심에서는 유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뇌물로 준 16억원만큼 회삿돈을 횡령한 것도 인정되는 만큼. 횡령 금액 역시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선고 직후 삼성전자 이례적 입장문 발표
대법원의 선고 직후 삼성전자 측은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의 수사와 재판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고,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 이후 수사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경영진이 여론재판의 피의자 신분이 돼 리더십이 마비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분간 국내 현안을 챙기며 파기환송심에 대해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국내 상황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본격 배제에 따라 녹록치 않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액수가 늘어나 삼성에 다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시 불거지는 삼성 경영위기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악화와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 갈등 격화 등이 겹치는 '퍼펙트스톰'을 맞은 상황에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삼성 측이 리더십 위기 등으로 3년여 시간 동안 미래 준비를 못 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에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더 늦으면 안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간곡함이 담겼다는 시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과 올해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 글로벌 AI 센터 설립 등을 발표하며 국내 경제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놨지만 이번 판결로 조기에 실행할 수 있는 구심점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정·재계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그룹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금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등 대내외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앞장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보다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계는 금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만큼 향후 사법부는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 경제 성장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점이 큰 만큼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당분간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진 만큼 앞으로라도 정부에서 배려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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