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김고은이 잔잔한 멜로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28일 개봉)을 통해서다. 극 중 미수 역을 맡아 현우로 분한 정해인과 현실적인 멜로 호흡을 맞췄다. 1994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미수를 표현한 김고은은 “실제 내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현실 멜로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는데 소원을 이뤘다. 이번 영화의 어떤 점이 좋았나.

“이런 느낌의 시나리오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특별히 큰 사건이나 다이내믹한 이야기는 없지만 두 인물의 고민, 내면의 정서를 잘 담아낸 것 같다. 또 그것을 해결해가고 성장하는 과정에 공감을 많이 느꼈다. 경쟁작들에 비해 임팩트가 있지는 않지만 공감의 힘이 컸다.”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을 담은 시대극이다. 어디서 공감됐나.

“시대는 다르지만 그 나이대의 고민은 지금과도 비슷하다. 지금 내 나이대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연기했다. 어떤 변화를 주고자 했나.

“너무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으면 했다. 10년 전 나와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듯이 말이다. 목소리 톤이나 말투가 변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날 보는 친구나 지인들은 ‘기운이 달라졌다’는 말을 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하면서 겪는 내면의 변화가 묻어나는 것이라고 봤다. 그 지점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극 중 미수와 현우는 계속 엇갈린다.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과정이 답답하지 않았나.

“그건 두 사람의 성격 때문인 것 같다. (웃음) 그런 성격의 소유자들이라 관계의 공백도 생겼을 것이다.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시기는 2005년도다. 그 전 상황은 사귀는 관계는 아니다. 나 역시 관계가 시작되기 전에는 소극적인 편이다. 그 후에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다.”

-평소 성격이 미수와 비슷한가.

“나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편이다. 미수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미수가 답답하다기보다는 2000년도 초반 미수의 상황에 가슴 아팠다.”

-‘은교’(2012)로 호흡을 맞춘 정지우 감독과 재회했다. 처음에 무슨 말을 하면서 영화에 출연하라고 했나.

“처음에는 감독님이 ‘시나리오 하나만 읽어봐줄래?’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평소에 감독님에게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생기면 모니터링을 부탁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건 줄 알았다. 커피숍에서 만나 어떻게 읽었냐고 묻길래 내 생각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이 작품을 연출할 것 같다고 했다. 내 생각을 잘 담아내고 싶다고, 이 인물을 잘 그려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다.”

-‘도깨비’(2016)로 짧게 호흡을 맞춘 정해인과 멜로 상대로 다시 만났다. 호흡이 어땠나.

“기본적으로 배려가 깔려 있는 사람이다. 그런 상대와는 호흡이 잘 맞지 않을 수가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촬영을 하다 보면 어려운 순간들도 많고, 어려운 장면들도 많다. 그런데 정해인이 있어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힘이 많이 됐다.”

-‘도깨비’를 마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큰 성공 후 공허함 같은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오해와 이야기가 많았다. 이런 상태로 작품을 계속 하는 건 민폐일 거라고 생각했다. 본질을 흐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주연 롤이 아닌 ‘변산’을 택한 것이기도 하다. 주연이 아니기 때문에 더 탁월하다고 느꼈다. ‘변산’을 통해 다친 마음이 회복됐던 것 같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세운 계획이 있나.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다작배우가 되는 게 내 꿈이다.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배우가 직업이다 보니 계속해서 작품을 해 나가는 게 목표다. 한 작품을 할 때마다 큰 깨달음이 하나씩 생긴다.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나만이 느끼는 퇴보를 하지 않는 게 목표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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