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바르고 청량하다. 최근 몇 년 간 ‘대세 배우’로 무섭게 떠오르며 뭇 여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배우 정해인의 이야기다. 멜로물의 장인으로 불리는 그가 또 한 편의 멜로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들고 극장을 찾았다. 극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자 누구보다 미수(김고은)를 사랑하는 현우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인기에 비해 언제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정해인은 “수식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며 “그냥 연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이자 부모님의 아들”이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만족했는가.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관객 입장에서 보려고 했다. 내가 연기한 것보다 풍성하게 나온 것 같아 만족했다. 정지우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장면마다 왜 음악을 넣으셨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현우, 미수 캐릭터의 사연을 보는 것 같았다.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두 시간 동안 잘 본 느낌이다.”
-첫 연하 상대인 김고은과 멜로 연기가 돋보였다.
“김고은은 상대방의 말을 굉장히 귀 기울여 듣는 배우다. 언제나 경청해줘서 고마웠다. 연기를 하면서 본인의 대사를 하기도 벅찬데, 내 대사까지 경청했다. 그게 사실 쉽지 않다. 잘 들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특히 김고은은 정지우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이지만 난 처음이지 않나. 조금 낯설었는데 김고은이 현장에 동화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김고은과 수위 높은 키스신을 소화했는데 민망하지 않았나.
“스태프들의 배려 속에 잘 촬영한 것 같다. 사실 키스신 겸 베드신인 장면인데 옷의 단추를 푸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현장이 너무 고요해서 침 넘기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정말 많이 떨렸던 신이다.”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촬영을 마치고 바로 합류한 작품인데.
“맞다.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한다. 음식이나 노래 모든 게 그렇다. 시나리오를 읽고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자극적이지 않은 된장찌개 같았다. 특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현우의 의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능동적인 모습을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물론 결정적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정지우 감독님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 나를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해주셨다. ‘이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했다.”
-안판석 감독을 비롯해 많은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일을 즐겁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현장에서 항상 행복하게 임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찾아주시지 않았나 싶다. 제가 안판석 감독님께 배운 것 중 하나가 존중과 배려다. 정지우 감독님에게도 똑같은 결이 느껴졌다.”
-극 중 현우처럼 11년 동안 한 여자를 좋아한 경험이 있나.
“비슷한 경험이 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고 해도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20대 때도 오랫동안 한 여자만 좋아한 적이 있다.”
-현우의 행동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평도 있다.
“현우의 행동과 말을 모두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사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면 촬영이 진행되지 못할 거라고 본다. 작품 속 캐릭터와 인간 정해인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현우의 불안했던 시절부터 20대, 30대까지 시대별로 연기했는데.
“현우는 자존감이 바닥에서부터 올라간 인물이다. 그러면서 성장한다. 반면 미수는 자존감이 위에서부터 내려온다. 그러면서도 성장하고 있기도 하고. 영화를 보면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자존감이라는 건 스스로 올려야 하는 거라는 걸 느꼈다. 나도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많다.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우울하기도 하다. 그때마다 날 잡아주는 게 가족들과 친동생이다.”
- ‘대세’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대세’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오랫동안 연기하는 게 꿈이다. 그런 수식어가 붙으면 휩쓸릴 것 같다. 그냥 지금처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사실 ‘대세’라는 말은 참 슬픈 말이다. 언젠가는 잊힐 존재 같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