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한스경제=송진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의 우리은행이 최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한 DLS(파생결합증권)를 편입한 DLF 상품 판매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기반 DLF 판매액은 1238억원에 이르고, 독일 국채 금리의 예상밖 하락으로 이 상품 구매자들이 원금을 거의 까먹게 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일부 우리은행 DLF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 구매과정에서 은행 직원들로부터 원금손실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원금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수수료 수입에만 눈이 멀어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DLF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과 관련해 민원이 잇따르자 우리은행의 DLF 판매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검사에 나섰다. 고객들에게 불완전 판매를 한 것이 확인될 경우 케이스별로 손해 배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은행을 마치 ‘죄인’ 취급하는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우리은행이 일방적으로 매도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DLF의 불완전 판매가 있었다면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도 승복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유사한 사례에서처럼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때는 해당 은행 직원의 자격을 보다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고객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춘 직원들에게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은행 산업의 전반적인 현황을 놓고 보면 이번 DLS  판매건에 대해 우리은행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상품 판매에 잘못된 점이 있었다면 메스를 대 개선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은행이 향후 보다 안전한 상품을 도입해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판매하면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리스크를 안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선 선진국형 메가뱅크로 발돋음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입 증대 노력이 이번 사태로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산규모로 매긴 세계 100대 은행 순위에서 한국은 KB금융지주가 66위, 신한금융지주 68위, 농협금융지주 77위, 하나금융지주 82위, 우리은행 86위 등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제금융 시장을 호령할 세계 톱 클래스의 메가뱅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먼 형국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원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들의 수입 구조를 살펴보면 선진국 은행들과 달리 아직도 전체 수입에서 이자수익 비율이 월등히 높다. 고객예금과 은행채 발행 등으로 조성한 자금을 기반으로 가계와 기업 등에 대출을 해줘 일정 부분 수익을 남기는 '이자 장사'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평균 비이자 이익은 12%에 그쳤다. 나머지 88%는 이자수익이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주요 은행들의 비이자 수익은 전체에서 30%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통계에서 보듯 국내 은행들은 아직도 이자 장사에만 머물러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뱅크로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더욱이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의 이자수익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추세다. 수익성 악화로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될 경우 자본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유망 기업들에 대한 자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은행업은 우리 신체에 비유하면 전신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고용 유발효과도 크다.

이 대목에서 우리보다 먼저 오랫동안 초저금리 과정을 거친 일본 은행들의 노하우를 벤치 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 은행들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비이자 수익 증대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주요 은행의 비이자 수입 중 대표적인 것이 펀드 상품 판매와 자산관리 등에 기인한 수수료 수입이다. 2016년 기준 일본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은 전체 은행 수입 중 25%에 달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이 10% 안팎을 오르내리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시장 개척과 함께 향후 중점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분야인 것이다.

우리은행의 이번 DLF 판매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은행 측의 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입 증대 노력이 위축되어서는 곤란한 이유다.

사정이 이럴진대 손태승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공격도 자제되어야 한다. 우리은행의 수익 다변화를 통한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두고 과도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올해 1월 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한걸음씩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그리고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하는 등 M&A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했다.  원금손실이 난 DLF 판매가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의 전부가 아니다. 성공적인 민영화 작업과 함께 우리은행의 위상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7년 12월 취임한 손 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은행의 민영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에 대부분의 우리은행 직원들은 동의한다.

1997년 iIMF 사태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에는 아직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정부 지분 18.3%가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까지 정부지분을 매각해 우리금융지주의 완전한 민영화를 이룬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높은 금액을 받고 우리금융지주의 잔여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은행이 이번 DLS 사태를 잘 수습하고 빠르게 재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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