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의 사이영상 전망에 빨간등 켜진 진짜 이유
LA 다저스 류현진의 사이영상 전망에 빨간등 켜진 진짜 이유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9.01 14:01
  • 수정 2019-09-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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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이 5일 오전 11시 10분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이 5일 오전 11시 10분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32)이 최근 3경기 연속 크게 부진하면서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 전망에 치명타를 입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류현진의 다음 선발 등판일정은 오는 5일 콜로라도와 다저스타디움 홈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2승 5패 평균자책점(ERA) 2.35 탈삼진 137개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리그 1위로 2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이크 소로카(2.44)에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체적으론 좋은 성적이지만, 최근 3경기 투구는 최악에 가까웠다. 지난달 18일 애틀랜타전(5⅔이닝 6피안타 4실점)에 이어 같은 달 24일 뉴욕 양키스전(4⅓이닝 7피안타 7실점)과 3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4⅔이닝 10피안타 7실점)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류현진은 이 경기들에서 이닝당 1.91명에게 출루를 허용했고, 피안타율도 0.368(68타수 25안타)에 달했다.

현지 언론도 류현진의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유력지인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22차례 선발 등판 때까지는 평균자책점이 메이저리그 1위인 1.45였다. 당시 이닝당 출루 허용은 0.95, 피안타율은 0.222에 불과했다.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였고, 사이영상 수상 경쟁도 일찌감치 끝내는 듯했다"며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선 평균자책점이 11.05로 부진하다"고 꼬집었다.

◆톰 탱고 지표에서 디그롬에 1위 허용

양적 통계의 나라인 미국에선 야구 데이터를 통계학, 수학적 방법으로 들여다보는 방법론인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게 있다. 방식은 크게 2가지가 있는 데 하나는 빌 제임스식이고 다른 하나는 톰 탱고식이다. 빌 제임스 방식은 승수와 투구 이닝 등을 주로 따지고 투수가 속해 있는 팀 성적이 좋을수록 가점이 붙는다. 그러나 톰 탱고 방식은 상대적으로 투수 개인의 능력에 방점을 찍었다. 투수 개인이 잘 던졌더라도 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하는 경우를 감안해 주는 것이다. ‘(투구이닝/2-자책점)+삼진/10+승수’가 메이저리그 통계 분석가 톰 탱고의 계산식이다.

톰 탱고는 수비를 배제한 투구 통계인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를 고안했다. 이러한 톰 탱고 방식이 빌 제임스 방식보다 최근 사이영상 수상자와 관련해 적중률이 높았다. 송재우(53) 본지 메이저리그 논평위원은 통화에서 “사이영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 최근엔 단순히 승수보다 (투수 개인의 투구 능력을 반영하는) 평균자책점이나 탈삼진 등이 더 중요시되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시즌 제이콥 디그롬(31ㆍ뉴욕 메츠)이 10승 9패를 기록했지만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승’은 역대 수상자 가운데 최소 승수였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1.7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으며 투구 이닝(217)과 탈삼진(269)은 내셔널리그 2위였다. 디그롬은 올 시즌에도 사이영상 수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애리조나전 결과로 톰 탱고 포인트에서 1위를 디그롬에게 내줬다. 포인트 차이는 약 0.5점이다.

◆최근 부진, 정성평가에 치명타 가능성

더 큰 문제는 사이영상 투표가 사실상 정성평가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송재우 논평위원은 “투표단이 기자들이기 때문에 투수의 이미지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 시즌에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는 기껏해야 1~2명 나올까 말까 한다. 지난달 애틀랜타와 경기 이전까지만 해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점대였던 데다, 2위와 격차도 크게 나 눈에 확 들어오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위와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미지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사이영상 수상자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 기자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리그별로 30명이 투표를 하는데 기자 한 명 당 투수 5명에 대해 1위 7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을 부여한다. 수상자는 정성평가를 통해 부여된 점수의 합계로 결정이 난다. 송 위원은 “류현진이 평균자책점을 다시 1점대로 낮춰야 그를 향한 투표 분위기도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프로스포츠 리그들의 개인 수상에선 경쟁자들간 기록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할 경우 이른바 ‘지배력(Dominance)’이 중요하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기 레이스에선 단순히 일부 기록의 우위보단 ‘얼마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는가’, ‘강한 팀들과 경쟁에선 어떤 활약을 펼쳤는가’ 등이 정성평가 시 가점의 요소가 되곤 한다. 따라서 류현진이 지금처럼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아시아 선수 최초 사이영상 수상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류현진은 “어떤 식으로 던지는지에 대해 타자들이 적응을 한 것 같다"며 “경기 운영 방식 등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 특정 상황에서 1~2개 구종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이런 부분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다음 선발 등판일정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